영국 일간지, 호주가 통보 당일 보낸 서한 일부 공개
'호주 파기 직전까지 계약에 만족했다'는 프랑스 주장과 달라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호주가 프랑스 방산업체와의 잠수함 계약 파기 발표를 몇 시간 앞두고 보낸 서한에서 계약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았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이 정보공개 청구로 확보해 이날 일부 공개한 서한에서 호주 '미래 잠수함 프로그램' 책임자인 크레이그 부르크 해군 준장은 나발 그룹에 "이 서한에 담긴 내용이 작업을 계속한다는 것을 인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나발 그룹의 기욤 장피 앞으로 보내진 이 서한은 호주 시간으로 9월 15일 낮 12시 5분 작성됐고 오후 4시 34분에 수정됐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같은 날 오후 8시 35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계약 해지를 알렸다.
호주가 지난달 15일 77조 원 규모의 잠수함 계약 해지를 통보하기 직전까지 계약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채 만족스러워했다는 프랑스 측 주장과 어긋나는 대목이다.
프랑스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주 방송 인터뷰에서 호주 정부가 나발 그룹에 보낸 서한에서 프랑스 잠수함의 우수함에 매우 만족하고 있었고 이는 곧 계약 다음 단계로 진행한다는 것을 뜻했다고 말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도 이번 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호주 정부의 서한은 잠수함 검토 결과에 "만족"했으며 계약 다음 단계로 신속히 넘어갈 준비가 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르드리앙 장관은 상원 외교·국방·군사위원회에서 "9월 15일 호주 국방부가 보낸 서한에서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누군가 거짓말을 했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호주는 미국, 영국과 새로운 3자 안보 동맹 오커스(AUKUS) 발족을 계기로 두 나라로부터 핵 추진 잠수함 기술을 지원받기로 하면서 2016년 나발 그룹과 맺은 디젤 잠수함 공급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프랑스는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해가며 세 나라를 비난해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각각 전화 통화를 하고 의견을 교환했지만 모리슨 호주 총리와는 아직 공식적인 대화를 갖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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