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4.1조서 올해 174.7조로…"전세자금 외 다른 수요 있다"
고승범 "금리 등 조건 종합 검토"…보증비율 축소 등 거론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급증하는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전세대출 제한을 검토하는 금융당국이 서민·취약계층 '실수요자'에 충격을 최소화하는 묘수를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3일 금융당국과 주택금융공사 등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주택금융공사(주금공),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SGI)이 보증을 제공한 전 금융권 전세대출 잔액은 총 174조7천억원이다.
2017년 말 잔액 64조1천억원과 비교하면 3년 6개월만에 2.7배로 폭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17조3천억원 늘어 매달 3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2017년 말에서 올해 6월 말까지 늘어난 가계대출(한은 가계신용동향 기준) 335조원의 3분의 1 정도가 전세대출인 셈이다.
특히 HUG와 SGI의 보증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HUG가 보증하는 전세대출 잔액은 이 기간 8조2천억원에서 37조1천억원으로, SGI의 잔액은 16조6천억원에서 54조1천억원으로 각각 급증했다.
소득 제한을 두지 않는 SGI 전세대출은 이용자의 24%가 주택 보유자(1주택)다.
전세대출은 이들 보증기관이 대출자금의 80∼100%를 보증하므로 대출 집행 금융기관은 돈을 떼이지 않거나 최대 20%만 손실을 본다. 따라서 금리도 일반적으로 2%대(청년·저소득층은 1%대)로 낮은 편이다.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의 폭증세는 단순히 전셋값 상승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낮은 금리도 대출 수요를 키운 것으로 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전세대출 잔액이 3년 반 동안 3배로 급증했는데, 전세 수요나 보증금 상승분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과거에는 여유 자금을 다 써도 보증금이 부족할 때 전세대출을 받았다면 최근에는 최대한 전세대출을 받아 '갭 투자'를 하거나 다른 투자에 활용하는 대출자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자금 대출액이 집주인의 계좌로 이체된다고 해서 무조건 '실수요'로 볼 것인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표] 보증기관별 전 금융권 전세대출 잔액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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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 '18 │ '20 │ '21.3 │ '21.6 │무주택자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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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금공 │ 39.3│50.4│78.5│80.9│82.8│ 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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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 8.2│16.1│33.0│35.3│37.8│ 89.4%│
├──────┼───┼────┼────┼────┼────┼──────┤
│SGI │ 16.6│23.0│46.0│49.9│54.1│ 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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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계 │ 64.1│89.5│ 157.4│ 166.1│ 174.7│ 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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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주금공, HUG, SGI
◇ 보증비율 낮아지나…"은행이 서민주택에 대출 안 내주려 할 것"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정책금융기관장과 간담회 후 "전세대출은 실수요자 대출이기에 세밀하게 봐야 하는 측면이 있지만, 금리라든지 조건 측면에서 (다른 대출에 비해)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어서 그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등 지나치게 '유리한' 조건을 손보는 방안을 시사한 것이다.
전세대출을 방치하고서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통제하기 어렵지만, 전세대출을 죄면 '실수요자'의 강한 반발과 서민·취약계층의 충격이 예상된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전세대출 제한 방안은 보증비율 축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전세대출 반영, 1주택자에 대한 대출 제한 등이다. 모두 다 수요자에 미치는 영향이 막심하다.
현재 80∼100%인 보증비율을 하향 조정한다면 은행이 책임지는 위험이 커지므로 금리가 오르고, 대출자의 상환 부담이 커진다. 무엇보다 아파트를 제외한 서민주택 세입자의 전세대출이 극히 어려워질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증비율을 낮추면 금리만 오르는 게 아니라 은행이 외곽지역 빌라 전세 세입자에게는 전세대출을 아예 안 내주려 한다는 게 심각한 부분"이라며 "좋은 방법이 아니다"고 했다.
보증비율 축소는 은행이 '우량' 전세대출 물건을 골라 대출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경제 수장들이 실수요자에게도 상환능력에 맞는 대출을 강조하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전세대출을 포함하는 방안도 함께 거론된다.
지난달 3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대출이 꼭 필요한 수요자들은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성을 폭넓게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DSR에 전세대출을 반영하면 대출자에게 미치는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정부가 이달 중순에 내놓을 가계부채 대책에 포함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게 시장의 기류다.
1주택자에 대해 전세대출을 불리하게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직장과 자녀교육, 부모 봉양 등으로 전세가 꼭 필요한 1주택자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이번에 나올 가계부채 보완대책에서 전세대출 부분은 제외되고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 추이를 더 지켜본 이후 전세대출 규제 여부를 다시 검토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은행들은 전세자금 대출에 대해 자체적인 관리 대책을 내놓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보증금 증액분'으로 축소한 후 하나은행도 뒤따랐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증기관 자체 분석에 따르면 보증금 증액분만으로 전세대출이 제한되면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며 은행권의 관리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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