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31주년…메르켈 "민주주의 위한 지속적 노력" 촉구

입력 2021-10-04 02:12   수정 2021-10-07 17:41

독일 통일 31주년…메르켈 "민주주의 위한 지속적 노력" 촉구
16년 재임 끝 통독 기념식서 마지막 공식연설…"차이 견뎌내야"
이인영 통일장관, 외국 정부 고위인사중 유일하게 초청돼

(할레=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3일(현지시간) 동서독 통일 31주년을 맞아 민주주의를 위한 지속적 노력을 촉구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작센안할트주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핸델 강당에서 열린 독일 통일의 날 기념식 연설에서 "민주주의는 그냥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매일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어떨 때는 민주주의적 성과가 너무 경솔하게 다뤄진다"면서 "최근에는 언론의 자유와 같은 소중한 재산에 대한 공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로 인해 공공연하게 거짓과 가짜정보, 적의와 증오가 부추겨지고 있다"면서 "민주주의가 공격받고 사회적 유대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말을 통한 공격의 야만화와 급진화는 할레 유대교회당이나 하나우 물담배 바에서의 총격테러, 최근 마스크 착용 요구 주유소 직원 총격 살해와 같이 곧 폭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모든 이들에 의해 거부돼야 한다는 게 메르켈 총리의 주장이다.

그는 "우리는 오늘 같은 날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 얼마나 존중하는지, 민주주의를 경시하거나 멸시하는 이들로부터 민주주의를 얼마나 지켜내고 있는지 진솔하게 자문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양성과 차이는 민주주의를 위협하지 않는다"면서 "이는 특히 1990년까지 서로 다양한 삶의 경로를 쫓다가 통일을 맞은 동서독의 사람들에게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통일된 지 31주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동독 출신 1천600만 명은 통일된 독일에 소속됐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며, 자신의 동독 시절 경력을 '필요 없는 짐'으로 묘사했거나, 자신을 '태생적이지 않은, 배워 익힌 독일인 내지 유럽인'으로 묘사한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만날 채비를 갖추고, 서로 호기심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되 차이를 견뎌내야 한다. 우리는 서로의 이력과 경험, 민주주의를 존중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바로 독일 통일 31주년의 교훈"이라고 끝맺었다.
이날 연설은 메르켈 총리 재임 중 마지막 연설로,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을 비롯한 행사 참석자 340여 명은 이례적으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연설이 끝나자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올해 연방상원 의장으로서 이번 독일통일의 날 기념식을 주최한 라이너 하젤로프 작센안할트주지사는 이날 연설에서 "정신적, 구조적으로 아직 독일 통일은 완성되지 않았다"면서 "특히 이번 총선 결과가 나타내듯 정치적 지향에 있어서 동서독 간의 격차는 크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총선에서 기민·기사당 연합이 구동독 지역에서 크게 표를 잃으면서 작센주와 튀링엔주에서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제1당이 된 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독일 연방 상원·하원 의장 공식 초청을 받아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숄츠 사민당 총리후보, 미하엘 뮐러 전 베를린시장 등과 인사를 나누고, 하젤로프 연방상원 의장과 면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소규모로 치러진 이번 행사에 외국정부 고위인사로는 유일하게 초청된 이 장관은 이날 방명록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영원한 친구 독일 통일 31주년을 축하한다"고 적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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