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물가 9년여만에 최대폭 상승…계란 43%↑·휘발유 21%↑
작년 기저효과도 문제…유가·환율 맞물리며 물가 더 오를 듯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곽민서 기자 = 지난 3분기 물가 상승률이 9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어오른 가운데 4분기 물가는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내달부터는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에 반영되는 데다 가공식품과 개인서비스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도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 올해 들어 반년째 2%대 물가 상승…3분기 2.6%↑
6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83(2015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 상승했다.
월간 기준으로는 최고치(2.6%)보다 둔화했지만 3분기(7~9월) 기준 물가는 2.6% 뛰어올라 2012년 1분기(3.0%) 이후 9년여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1분기 1.1%, 2분기 2.5%, 3분기 2.6% 등으로 분기별 상승 폭은 점점 더 커지는 모습이다.
품목별로 보면 계란이 1년 전보다 43.4% 올라 올해 1월부터 9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으며, 돼지고기(16.4%)와 국산 쇠고기(7.7%), 수입 쇠고기(10.1%) 등 가격도 올랐다.
공업제품(3.4%)은 2012년 5월 이후 9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는데, 특히 휘발유(21.0%)와 경유(23.8%) 가격 상승 폭이 컸다.
대표적인 서민 먹거리인 라면 가격은 9.8% 뛰어올라 2009년 2월(14.3%) 이후 12년 7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외 외식(3.1%) 물가와 집세(1.7%)도 함께 올랐다.
◇ 작년 4분기 저물가 기저효과…가공식품·국제유가 줄줄이 올라
문제는 물가 상승 요인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8월 원유(우유 원료) 가격 인상 이후 우유와 가공유, 발효유 등 유제품뿐 아니라 가공식품 전반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와 정부의 국민지원금·상생 소비지원금 지급에 따른 수요 증가도 서비스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최근 2%대 후반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고, 지난달 외식 물가는 3.1%로 뛰어올랐다.
여기에 지난해 기저효과까지 더해진다.
작년 4분기 물가 상승률은 0.4%에 그쳤다. 추가경정예산으로 휴대전화 요금 2만원씩을 지원했던 요인이 사라지면서 이번에는 통신요금이 인상되는 착시효과를 낸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도 위협 요인이다.
이달 들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77.62달러까지 치솟아 2014년 11월 이후 약 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기업 생산 비용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가공식품 가격 인상에도 영향을 준다.
원/달러 환율이 1,190원대에 육박하는 등 원화 가치 하락도 국내 물가에는 악재다.
◇ 정부·통계청 "물가 더 오를 듯"…기준금리에도 영향 예상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심리 반등과 국제유가 상승, 우윳값·전기료 인상 등을 고려할 때 향후 물가는 하방 요인보다 상방 요인이 더 많다"고 내다봤다.
기재부 역시 지난해 10월 통신비 지원 등 기저효과와 국제유가 상승 폭 확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변수를 거론하며 이번 달 소비자 물가는 상승 폭을 확대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2012년(2.2%) 이후 9년 만에 2%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기획재정위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연간 1.8%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전망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2% 전후 수준으로 하는 게 차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전망이 맞는다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2.2%)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된다. 2.2%를 넘는다면 2011년(4.0%) 이후 10년 만의 최고치가 된다.
정부는 4분기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을 최대한 동결하고 가공식품 가격의 편승 인상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물가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오를 경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금융불균형 완화의 첫발을 디뎠을 뿐이라는 입장인 만큼 추가 인상을 예상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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