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름유출 12시간 뒷북대응…송유관 활처럼 휘며 54만L '콸콸'

입력 2021-10-06 12:05   수정 2021-10-06 17:59

미 기름유출 12시간 뒷북대응…송유관 활처럼 휘며 54만L '콸콸'
기름띠, 해류 타고 남쪽으로 확산 가능성…"해안 지역 경제 타격"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해상에서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당국이 뒷북 대응을 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해안경비대 등 해상 사고 대응 당국은 기름 유출이 의심되는 최초 신고를 묵살했다가 12시간이 지나서야 사고 사실을 확인하고 뒤늦게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신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 뒤 12시간 늑장 대처
기름 유출 정황을 파악한 최초 신고는 지난 1일 밤 이뤄졌다. 한 선박 탑승자가 바다에 기름 광택이 보인다고 해안경비대에 알린 것이다.
하지만 미국 해안경비대는 "포괄적이지 않은 정보"로 판단해 이 신고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이어 6시간 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의 위성 사진 분석 결과 해상 기름띠 가능성이 보고됐으나 이때에도 당국은 움직이지 않았다.
당국이 대응에 나선 것은 사고 송유관을 운영하는 해상 석유 시추업체 '앰플리파이 에너지'(이하 앰플리파이)가 기름 유출 신고를 한 뒤였다.
앰플리파이는 지난 2일 오전 12만6천 갤런(47만7천L) 중유가 유출됐다고 알렸다. 1일 밤 최초 신고로부터 12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한 관리는 AP 통신에 "해안경비대는 기름 유출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없었고 야간 상황이어서 12시간 동안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사고 합동조사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뒷북 대응 논란에 대해 항만 인근 해상에서 기름 광택을 봤다는 신고가 접수되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지나고 보면 그럴 수 있지만, 당시에는 기름 유출을 알 수 없던 시점이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은 기름 유출 사고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 당국자들이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변호했다"며 "분노한 주민들이 늑장 대응을 맹비난했다"고 꼬집었다.



◇1.2㎞ 강철 송유관 활처럼 휘며 32m 끌려가…닻에 부딪혀 파손 가능성
사고 합동조사단은 이날 해저 송유관이 어떤 것에 의해 끌려가면서 파손됐다고 초기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리베카 오어 로스앤젤레스(LA)-롱비치 구역 해안경비대장은 기름 유출 사고가 난 해저 송유관 중 약 4천 피트(1.22㎞) 구간이 옆으로 105피트(32m) 이동했고 송유관 균열로 13인치(33㎝) 구멍이 생겼다고 밝혔다.
앰플리파이는 "송유관이 활처럼 휘어지면서 거의 반원 모양이 됐다"고 전했다.
마틴 윌셔 최고경영자(CEO)는 "16인치(40.6㎝) 크기에 두께 0.5인치(1.27㎝) 강철 송유관이고 겉은 콘크리트로 덮였다"며 "105피트 이동은 흔하지 않다"고 말했다.
당국은 사고 구역 해상을 지나던 선박의 닻이 송유관에 부딪히면서 파손됐을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다만 합동조사단은 이날 브리핑에서 '닻 파손설'을 확정하지 않았다.
오어 해안경비대장은 사고 송유관 해상에 배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물류 대란과 항만 병목 사태로 LA와 롱비치 항구 인근 해상은 입항을 기다리는 배로 가득 차 있어 선박이 사고 지점을 지나갔을 가능성이 있다.
남부 캘리포니아 해양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월 19일 LA·롱비치 입항을 기다리는 화물선은 97척에 달했고 이날 현재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도 63척에 이른다.

◇기름띠 확산 가능성…"해안 지역 경제에 큰 타격"
합동 조사단은 송유관 구멍은 일단 막았고 추가 기름 유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 헌팅턴비치 해상에서 유출된 기름은 수 마일 떨어진 해변과 습지로 퍼졌다.
현재까지 회수된 기름은 4천800갤런(1만8천L)이고 기름 확산을 막기 위해 해상에 설치한 대형 부유식 장벽 '붐'의 총길이는 1만1천400피트(3.47㎞)다.
현재까지 당국이 집계한 기름 유출량은 14만4천 갤런(54만5천100L)으로 늘었다.
1969년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 앞바다를 광범위하게 오염시킨 420만 갤런(1천590만L) 기름 유출 사고보다는 규모가 크지 않다.
역대 최악의 사고였던 1989년 알래스카 엑손발데스호 기름 유출, 2010년 멕시코만 석유시추선 딥워터 허라이즌 유출 사고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피해다.
하지만, 당국은 바람과 해류를 타고 기름띠가 남쪽으로 더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해안이 폐쇄되면서 주변 상권 피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AP 통신은 "해변 상권은 몇 주 이상 문을 닫을 수 있고 연안 어업도 금지되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이 된다"고 말했다.
CNN 방송은 "이번 유출로 귀중한 해변이 폐쇄됐고 환경이 훼손됐으며 지역 주민들에게 건강상의 위험을 야기했다"고 진단했다.
jamin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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