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연구팀 "항암제 투여 쥐, 인지·기억 능력 향상"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현재 암 치료에서 새 혈관이 생성되는 것을 막아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데 사용되는 화학요법 항암제 '액시티닙'(Axitinib)이 알츠하이머병으로 쇠퇴한 기억력과 인지 능력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UBC) 윌프 제프리스 교수팀은 6일 의학저널 'E바이오메디신'(EBioMedicine)에서 알츠하이머병 모델 쥐 실험 결과 액시티닙이 쥐의 뇌에서 새 혈관 생성과 알츠하이머병 표지물질을 줄여주고 인지·학습 능력과 기억력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타우 단백질이나 베타-아밀로이드 등 독성 물질이 쌓이며 인지 및 기억력 저하 등 증상을 보이는 질환으로 전 세계 5천만 명 이상이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우 단백질과 베타-아밀로이드 등을 표적으로 한 다양한 치료법이 연구돼 왔으나 뚜렷한 효과를 보이는 치료법은 아직 없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도 새 혈관이 생성되는 증상이 나타난다는 데 착안, 암 치료에서 새 혈관 생성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요법 항암제 액시티닙이 알츠하이머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이에 앞서 제프리스 교수는 뇌에서의 혈관 증식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혈액-뇌 장벽'(BBB : blood-brain barrier)을 훼손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혈관으로 이루어진 혈액-뇌 장벽은 외부 물질이 혈관을 통해 뇌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 뇌를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새 혈관 형성을 막아 혈액-뇌 장벽의 손상을 예방하면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중단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알츠하이머병 모델 쥐 실험을 했다.
정상 쥐와 알츠하이머병 모델 쥐 등을 여러 그룹으로 나누고 일부 그룹에 액시티닙을 1주일에 3차례씩 한 달간 투여한 뒤 미로찾기 등 테스트로 인지기능과 기억력 등을 비교하고, 뇌 조직 분자 분석으로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양과 혈액-뇌 장벽 손상 여부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액시티닙 치료를 받은 쥐는 치료를 받지 않은 쥐에 비해 공간 인식 및 주변 탐사 등 인지 능력과 연상 기억 및 작업 기억 등이 모두 크게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액시티닙암세포 치료를 받은 쥐의 뇌에서는 새 혈관 생성이 억제된 것은 물론 베타-아밀로이드양이 감소하고 혈액-뇌 장벽의 손상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현재 알츠하이머병 모델 쥐에게만 적용된 것이라는 한계가 있다. 이 치료법을 사람에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이 필요하고, 주로 노인인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항암제를 장기간 사용할 경우 어떤 영향이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연구팀은 액시티닙이 임상시험을 거쳐 승인된 항암제이기 때문에 이 치료법이 사람에게 효과가 있으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신속하게 용도를 변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프리스 교수는 "그동안 많은 연구자가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수많은 임상시험을 지켜보면서 실망했다"며 "이번에 발견한 치료법이 알츠하이머병 환자 치료 방식을 변화시킬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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