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독단적 인사 방침에 집단사퇴 배수진으로 막아낸 법무부

입력 2021-10-08 05:11  

트럼프 독단적 인사 방침에 집단사퇴 배수진으로 막아낸 법무부
트럼프, 대선불복 동의않자 법무장관 교체 엄포…백악관 고문까지 저항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불복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와 인사를 하려 하자 당시 법무부 지도부가 집단사퇴 배수진을 치고 이를 막아낸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상원 법사위는 7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작년 11월 대선 이후 패배 결과를 뒤집기 위해 법무부에 압력을 가했다는 내용의 394쪽짜리 중간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공식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를 사흘 앞둔 지난 1월 3일 열린 백악관 회의에서는 한 서한을 조지아주에 보내는 문제와 법무장관을 교체하는 문제를 놓고 3시간 동안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이 서한은 최대 경합주이던 조지아주의 투표에 부정행위가 있었고, 주 의회가 이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법무부가 이 서한을 보내면 바이든 승리로 끝난 조지아 선거 결과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주에도 이 서한을 보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었다.
이 서한은 트럼프의 부정선거 주장을 옹호한 '충복' 제프 클라크 당시 법무부 시민국장이 작년 12월 말 작성한 것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서한을 조지아주로 보낼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당시 제프리 로즌 법무장관 대행과 리처드 도너휴 법무부 부장관 대행은 반대했다. 검찰 조사에서는 조지아주 선거에 부정행위가 없었다는 결론이 이미 나온 상태였다.
로즌 대행은 전임인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작년 12월 대선 부정을 뒷받침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힌 뒤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사실상 경질당하자 대행을 맡은 지 얼마 안 된 인물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로즌 대행을 사퇴시키고 클라크 국장을 법무장관 대행에 앉히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클라크가 대행이 되면 이 서한을 보낼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이날 회의 전에 클라크는 이미 로즌 대행을 따로 만나 이 서한을 보내지 않으면 트럼프가 로즌을 해임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달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에 도너휴 부장관 대행을 비롯해 당시 회의에 있던 법무부 고위 인사들은 이 인사가 강행될 경우 법무부의 차관들이 전원 사퇴할 것이라고 맞섰다. 이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연방 검사장과 다른 법무부 관리들도 집단사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악관 법률고문이던 팻 시펄론도 이 서한은 건드리는 모든 사람이 해를 입는 '살해 후 자살'(murder-suicide)에 해당한다고 거들었다. 살해 후 자살이란 정치에서 자신과 상대방 모두에게 해를 입히는 공격을 말한다.
로즌은 클라크의 임명 문제에 대해 트럼프를 제외한 모두가 반대해 '6 대 1'의 회의였다고 묘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결국 서한을 보내는 것도, 클라크를 대행으로 앉히는 것도 거둬들였다고 보고서는 적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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