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 알아크사 사원 내 유대 랍비의 '조용한 기도' 논란

입력 2021-10-08 17:14  

성지 알아크사 사원 내 유대 랍비의 '조용한 기도' 논란
이스라엘 법원, '조용한 기도 문제없어' 랍비 출입금지 무효화
팔레스타인·요르단 등 아랍권 "유대교도 기도 허용한 것" 반발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 법원이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 3대 성지 알아크사 사원에서 유대교 랍비가 행한 '조용한 기도'를 용인하는 취지의 판결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예루살렘 법원은 전날 알아크사 사원 경내에서 기도하다가 적발돼 2주간 경내 출입을 금지당한 유대교 랍비 아리예 립포의 행위에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립포는 일행과 함께 알아크사 사원 경내에 들어가 기도하다가 사원 경비를 담당하는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이 지난달 29일 2주간 사원 경내 출입 금지 명령을 내리자 립포는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빌하 야할롬 판사는 "립포는 당시 친구 1∼2명과 함께 광장 구석에 있었고 주위에 군중은 없었다. 그의 기도는 조용했고 속삭이듯 진행됐다"고 말했다.
야할롬 판사는 이어 "표면화하거나 눈에 보이지 않았던 립포의 종교 행위는 경찰의 지침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출입 금지 조치를 무효로 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을 알아크사 사원 내 유대교도의 종교 행위 허용으로 규정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와 요르단, 이집트 등 아랍권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무함마드 쉬타예흐 PA 총리는 이스라엘이 알아크사 사원 내 유대교도의 종교활동을 기정사실로 하려 한다면서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 그는 미국을 향해 알아크사 사원의 지위를 유지하고 이를 바꾸기 위한 어떤 시도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원을 관리하는 요르단은 이번 판결이 '위법한 도발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집트도 외무부 성명을 통해 "이런 판결이 다시 나와 역내 안정과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을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예루살렘과 이곳에 있는 이슬람 및 기독교 성지의 역사적, 법적인 지위가 유엔 및 유네스코 결의에 맞게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밖에도 다수의 이슬람 및 기독교 지도자들도 이스라엘 법원의 이번 판결을 비판하고 있다.

알아크사 사원은 이슬람교도와 유대교도, 기독교도 공통의 성지다.
무슬림은 예언자 모하마드가 천사 가브리엘과 함께 메카에서 이곳으로 날아와(이스라) 승천한 뒤 천국을 경험했다(미라즈)고 믿는다.
그래서 무슬림은 이곳을 메카, 메디나와 함께 '3대 성지'로 여긴다.
유대교도는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 했던 곳이자 고대 왕국의 솔로몬과 헤롯왕이 바빌로니아와 로마군대에 의해 파괴된 성전을 지었던 이곳을 '성전산'(Temple mount)으로 부르며 신성시한다.
기독교도 역시 예수의 생애와 많은 관련이 있는 이곳을 성지로 여긴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일명 6일 전쟁)을 계기로 요르단에 속해있던 이곳을 포함한 예루살렘 구시가지를 점령했지만, 운영은 여전히 요르단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 재단 '와크프'(WAQF)가 맡고 있다.
유대인은 알아크사 사원 경내에서 종교활동을 할 수 없고, '통곡의 벽'으로 불리는 서쪽 벽 아래에서만 기도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곳을 둘러싼 분쟁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이슬람교도인 팔레스타인 주민과 유대교도인 이스라엘인들의 마찰은 일상이 되었다.
간혹 이스라엘의 우파 정치인이나 우익세력이 알아크사 사원 경내에 들어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자극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최근의 충돌은 지난 5월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 기간에 촉발됐다.
이스라엘 경찰이 금식을 마친 팔레스타인 주민의 야간 활동과 이동을 제한했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에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갈등은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이어졌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경찰의 강경 진압을 종교적 도발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을 겨냥해 무차별 로켓 포격을 가했으며, 이스라엘은 전투기를 동원해 보복 공습을 가했다. 11일간 이어진 무력충돌로 가자지구에서 248명, 이스라엘에서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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