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피보장·인도적 지원 접근 등 요구계획…"합법성 부여 회담 아냐"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이 최장기 해외전쟁인 아프가니스탄전을 끝낸 이후 처음으로 아프간 정권을 장악한 탈레반과 고위급 회담을 한다.
로이터통신은 양측 고위급 대표단이 9~10일 카타르 도하에서 만난다고 미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8월말 철군 진행 도중 탈레반이 수도 카불까지 점령해 아프간 권력을 다시 쥐는 바람에 극심한 혼란 속에 자국민과 아프간 조력자를 대피시키고, 미군 철수를 완료했는데, 그 이후 처음으로 탈레반과 얼굴을 맞대게 됐다.
미 고위당국자는 이번 회담에서 탈레반을 향해 미국인과 아프간인의 안전한 추가 대피 보장, 납치된 미국인 마크 프레릭스의 석방을 압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아프간이 탈레반이나 다른 극단주의 세력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탈레반의 약속 준수를 촉구할 예정이다.
아울러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접근 개선, 여성과 소녀 등 아프간인의 권리 존중, 폭넓은 지지를 받는 포용적 정부 구성을 압박할 계획이라고 이 당국자는 밝혔다.
미측 대표단에는 국무부, 국제개발처(USAID), 정보기관 인사가 포함되지만, 수년간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을 이끈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특사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자는 이번 회담이 탈레반 정권의 인정이나 합법성 부여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서 "합법성은 탈레반 스스로 행동을 통해 얻어내야 한다는 우리 입장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8월 말까지 12만4천 명을 대피시켰는데, 아직 수천 명의 현지 조력 아프간인이 탈레반의 박해 위험 속에 남겨져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또 철군 완료 이후 105명의 미국 시민권자와 95명의 영주권자가 추가로 대피했지만, 아직 현지에 남은 시민권자들도 있다.
미국 등 서방은 아프간이 대규모 인도주의적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 속에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고도 탈레반과 접촉하며 인도적 지원을 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간 공공 지출의 75%를 차지했던 보조금이 끊긴 상태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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