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분배 선순환 강조…중산층 소득확대 정책 본격 추진 시사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8일 국회에서 행한 첫 소신표명 연설에 담긴 키워드(열쇳말)가 주목받고 있다.
연설문에 녹아 있는 키워드가 향후의 정책 방향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기시다 총리의 전날 연설문을 분석해 9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이 중시할 정책과 정치적 입장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약 6천900자 분량인 연설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종코로나, 코로나 등 관련 단어 포함)으로, 17차례나 됐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등 직전의 두 총리도 당면했던 공통의 과제였다.
기시다 총리의 이번 연설에서 두 전직 총리와 확연하게 구분되는 키워드는 성장과 분배다.
아베는 2차 집권 직후인 2013년 1월 정기국회 첫 연설에서 '성장'이란 단어를 11차례 사용하며 일본 경제를 다시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는 당시 연설에서 '분배'에 대해선 "정부가 아무리 소득분배를 거듭해도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면 경제 전체의 파이는 줄어든다"라는 측면에서 한번 언급했을 뿐이었다.
성장을 강조하기 위해 분배를 거론한 것이다.
아베의 뒤를 이은 스가는 작년 10월의 첫 소신표명 연설에서 '분배'를 입에 담지도 않았다.
하지만 기시다의 첫 국회 연설에선 '분배'가 12차례나 등장했다.
기시다는 이보다 3차례 많은 15차례에 걸쳐 '성장'이란 단어를 사용했지만, 아베의 '성장'과는 뉘앙스가 완전히 달랐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거듭 강조하면서 중산층의 소득확대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쪽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기시다의 첫 국회 연설에서는 그가 간판 정책으로 내세우는 '새로운 자본주의'도 7차례 등장했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2차 아베 정권 이후 금융완화와 재정투입을 근간으로 추진된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를 계승하면서 부(富)의 재분배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했다.
기시다는 연설문 곳곳에 넣은 키워드를 통해 직전 총리인 스가와의 차별성도 부각했다.
스가는 첫 국회 연설에서 무사안일과 부처 간 칸막이 행정을 타파하겠다고 주장하면서 '개혁'이란 단어를 16차례 사용했지만 기시다는 '개혁'을 운운하지 않았다.
그 대신 새로운 사회구조를 만들어나간다는 메시지를 담은 '창조한다' '개척한다' '구축한다' 같은 동사를 주로 사용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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