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대 캠퍼스 내 24년간 전시
추모단체 해산 이어 철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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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정부가 중국에 이어 6·4톈안먼(天安門) 민주화시위 흔적 지우기에 나선 가운데, 관련 추모 조각상이 철거될 위기에 처하자 이를 만든 작가가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10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1997년부터 홍콩대 캠퍼스 내에 자리했던 '수치의 기둥'(Pillar of Shame)을 만든 덴마크 작가 옌스 갤치옷은 지난 8일 공개서한을 통해 학교 측이 이를 임의로 옮기거나 처분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치의 기둥'은 1989년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는 조각상이다. 높이가 8m, 무게가 2t에 달한다.
갤치옷 작가는 이를 만들어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에 기증했다.
지련회는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촛불행사를 진행해온 단체로, '수치의 기둥' 세정식을 연례행사로 진행해왔다.
그러나 지련회는 당국의 압박 속 지난달 25일 자진해산을 결의했고, 그 직후 홍콩대는 지련회 측에 '수치의 기둥'을 오는 13일까지 철거하지 않으면 임의로 치우겠다고 통보했다.
갤치옷 작가는 "내 조각상의 이전과 관련해 나는 아무런 공식 요청을 받지 못했다. 내가 왜 언론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알아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수치의 기둥' 보수 작업을 위해 홍콩대를 찾았을 때 학교 측이 자신과 지련회에 해당 조각상의 영구 전시를 허용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작가는 "그 조각상은 매우 가치있는 예술작품"이라며 "24년간 전시되면서 일부분 부서졌을 것이기 때문에 비전문가가 이를 다룰 경우 복구 불가능한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조각상에 손상이 가해진다면 대학 측은 그에 상응하는 배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페 엘벡 전 덴마크 문화부장관은 별도의 성명을 통해 조각상과 역사적 기념물의 파괴나 철거는 권위주의 정권에서만 일어나는 일인데 지금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대중의 기억에서 지우려고 한다며 매우 수치스럽다고 비판했다.
지련회의 리척얀(李卓人) 주석과 부주석 1명은 2019년 반정부 시위 관련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홍콩 경찰은 리 주석을 포함해 다른 간부들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홍콩 당국의 단속으로 지난 6월 몽콕에 있던 지련회의 톈안먼시위 추모기념관이 문을 닫았으며, 이후 해외 활동가들이 개설한 톈안먼 추모 온라인기념관 '8964 기념관'은 지난달 말부터 홍콩에서 접속이 안 되고 있다.
당국이 지련회의 홈페이지와 모든 소셜미디어 계정의 운영도 중단시키면서 지련회가 30여년 축적해온 역사적 자료들에 대한 접근이 모두 차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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