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노벨상 받았다고? 장난 치지마" 한밤중 쿨쿨 잔 수상자

입력 2021-10-10 13:36  

"내가 노벨상 받았다고? 장난 치지마" 한밤중 쿨쿨 잔 수상자
시차 때문에 각국 수상자에 불시에 '따르릉'
올해 화학상 수상자 "장난 문자인 줄 알았다" 소감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노벨위원회가 수상자로 당신을 선정했습니다. 상을 수락하시겠습니까?"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로 선정된 사람에게 불시에 휴대전화 등으로 이같이 알린다.
그런데 노벨상은 스웨덴 현지시간을 기준으로 발표돼 세계 각지 수상자는 일과 중이나 야밤에 연락을 받게 될 수 있다.
또, 후보를 철저히 비밀로 하기에 노벨위원회 연락을 장난 전화로 오해하는 해프닝이 벌이지기도 한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지난 4일 시작된 노벨상 시즌을 맞아 올해를 포함해 역대 수상자들이 소식을 처음 듣던 순간을 소개했다.



올해 노벨화학상에는 베냐민 리스트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와 데이비드 맥밀런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공동선정됐다.
아내와 카페에 있던 리스트 교수는 수상 소식을 접하고는 기쁨에 차서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후 그는 맥밀런 교수에게도 소식을 알렸으나, 잠결에 연락을 받은 맥밀런 교수는 이를 믿지 않았다.
프린스턴대 발표에 따르면 맥밀런 교수는 이날 잠자리에 들었다가 노벨위원회 전화를 놓쳤으며, 리스트 교수가 보낸 문자를 받고도 오히려 '또 장난치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맥밀런 교수는 만약 수상이 사실이면 1천달러(약 118만원)을 리스트 교수에게 주겠다는 내기를 걸기까지 했다.
그러고는 다시 잠자리에 들었는데, 실제로 축하 전화와 문자가 쏟아지자 그제야 진짜 자신이 수상자로 선정됐음을 알게 됐다.
맥밀런 교수는 "장난인 줄 알았다"며 "대학원생, 동료들이 이런 장난을 많이 친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밀그럼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공동 수상자이자 이웃에 살던 로버트 월슨 명예교수가 새벽 2시께 집까지 찾아와 현관문을 두드린 덕에 수상을 알게 됐다.
밀그럼 교수는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해놓고 잠든 탓에 노벨위원회 연락을 받지 못했고, 먼저 연락을 받은 윌슨 명예교수가 "깜짝 놀랄 일이 있다"면서 초인종을 눌러대고 나서야 잠에서 깼다.
밀그럼 교수는 그 덕에 공동 수상자이자 스승에게서 수상 소식을 전해듣는 기쁨을 누렸다.



학교 수업 중 수상 소식을 들은 경우도 있었다.
2017년 최연소인 17세 나이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파키스탄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오전 10시께 화학 수업에서 구리 전기분해를 배우는 중에 선생님을 통해 수상 소식을 처음 전해들었다.
말라라는 수상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곧바로 물리 수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한편 모든 수상자가 수상 발표 직후 소식을 열정적으로 반긴 것은 아니다.
2016년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은 가수로서는 이례적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한림원과 언론의 연락을 피한 채 보름간 침묵을 지킨 후에 수상을 수락했다.
수상자 발표 당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콘서트에서도 수상 사실에 대해 일언반구 없이 공연을 마친 딜런은 그해 12월에 개최된 시상식에도 선약이 있다며 불참했다.



2007년 문학상을 수상한 영국 소설가 도리스 레싱의 수상 당시 반응도 사뭇 냉소적이었다.
노벨상 단골 후보 중 하나였지만 자신이 수상자가 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레싱은 식료품을 사러 외출했었다.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한 후 집 앞에 몰려 있는 취재진이 수상 소식을 전하자 레싱은 손사래를 치며 택시 기사에게 거스름돈을 받는 일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자들의 질의가 이어지자 그는 "내가 흥분하거나 의기양양해야 하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어 "이봐, 나는 유럽의 모든 상들을 다 받았다"면서 마지못해 소감을 남기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pual0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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