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도 연내 부분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만 가능 예상
노사 희망퇴직안 협상 돌입…노조 "매각시점 연기" vs 사측 "연내 매각"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부문 매각 물밑 협상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면서 연내 매각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씨티은행이 최근 노동조합에 제시한 희망퇴직 조건을 두고 노사가 협의를 막 시작한 가운데 인력 구조조정,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금융위원회 인가 등 거쳐야 할 과정이 줄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신용카드, 자산관리(WM) 사업부의 '부분 매각'이 추진되고 있으나, 매각이 불발될 경우 최후 선택지인 '단계적 폐지' 가능성도 거론된다.
씨티은행은 미국 본사 방침에 따라 가능한 한 빨리 매각 작업을 끝내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성급하게 매각·철수를 결정하지 말고 안정적인 인수처를 찾을 때까지 미루자는 입장이다.
◇ 연내 매각 마무리는 불가능…우선협상대상자 선정될지 주목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 7월 소비자금융 부문의 전체 매각, 분리 매각, 단계적 폐지 중 어떤 방안을 추진할지를 확정 지으려다 일정을 계속 미룬 뒤 이날까지도 이사회 일정을 잡지 못했다.
씨티은행은 신용카드, WM 등 알짜 사업부를 부분 매각하기로 사실상 가닥을 잡고 인수의향서(LOI)를 내고 실사에 참여했던 복수의 금융사들과 매각 조건 등을 수 개월간 협의해 왔는데,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다만, 지난달 말 씨티은행이 정년까지 잔여 연봉의 대부분을 보상하고 최대 7억원의 특별 퇴직금을 지급하는 '희망퇴직안'을 노조에 제시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탈지 주목받고 있다.
은행 안팎에서는 연내 매각을 마무리하는 것은 이미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고, 속도를 끌어올려도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것까지만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그룹이 소매금융 매각을 추진하는 다른 나라 사례를 보더라도, 호주의 경우 지난 8월 최종 매수자가 정해졌으나 금융당국 인가 절차가 있어 빨라야 내년 3월에 매각이 완료될 예정이다.
◇ 노사, 희망퇴직안 협상 착수…매각 방식과 맞물려 진행
씨티은행은 지지부진한 매각 협상의 돌파구로 인적 구조조정을 위한 '희망퇴직' 카드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9월 말 노조에 그룹과 협의한 희망퇴직안을 제시했다.
직원들에게 정년까지 잔여 연봉의 90%를 보상해주는 특별퇴직금을 최대 7억원까지, 퇴직금과 별도로 지급하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이를 받아든 씨티은행 노조 분위기도 나쁘지 않은 상태다. 노조가 이를 수용하면 매각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노사는 최근 희망퇴직안을 둘러싼 협상에 들어갔다. 과거 희망퇴직안 노사 협상에 통상 한 달가량이 걸렸다.
하지만 노조가 희망퇴직안 협상 테이블에 소매금융 매각 방식과 추진 일정을 함께 올려둔 상태여서 협상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노조 관계자는 "희망퇴직 조건뿐 아니라 자율성을 얼마나 보장하는지 따져봐야 하고, 소매금융 매각 전 행내 인력 재배치를 어떻게 할지, 전체적으로 매각과 관련한 조건이 뭔지 다 확인한 뒤 희망퇴직안 협상을 타결할 수 있다"고 했다.
◇ 노조 "매각 내년 이후로" vs 씨티은행 "연내 매각"
현 인력 구조로 매각이 불가능하다는 점에는 노사 모두 공감하고 있어 양측은 매각 전 희망퇴직 실시에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이후 희망퇴직을 한 적 없는 데다 6월 기준 씨티은행 전 직원의 평균 연령은 만 46.5세로 다른 시중은행보다 크게 높고, 작년 기준 씨티은행의 직원 평균 연봉은 은행권 최고인 1억1천200만원이다. 높은 인건비 문제가 그간 '매각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이에 노사 모두 희망퇴직 시행의 필요성에는 의견을 같이 하지만, 이후 절차를 놓고는 입장이 판이하다.
은행은 희망퇴직을 한 뒤 분리해서 팔 수 있는 신용카드, WM 등의 사업부를 최대한 팔고 나머지는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희망퇴직을 한 뒤 사업부를 유지한 상태에서 안정적인 인수처가 나올 때까지 회사를 일단 추스르고 재정비해 추후 재매각을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2016년 콜롬비아에서 매각에 실패한 뒤 철수 계획을 철회했다가 2년 후 매각을 재진행해 성공한 모델을 예로 들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단계적 폐지(청산)를 결정하면 강력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매각과 청산에 대한 인가 권한은 금융위원회에 있다.
우선협상대상자와 계약 체결을 한 뒤 금융위에 인가 신청을 해도 예비 인가와 본인가를 받아야 해 최소 3개월에서 6개월까지 시간이 걸린다. 앞서 2013년 국내에서 소매금융 부문 청산 절차를 밟은 HSBC는 노조 이슈 없이도 철수에 6개월이 걸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금융위에 '씨티은행이 단계적 폐지(청산)를 결정해 금융위 인가를 신청할 경우에 대한 입장'을 묻자, 금융위는 "소매금융 부문 단계적 폐지가 은행법상 인가 대상인지 여부에 대해 쟁점이 있는 상황"이라며 "씨티은행 측이 단계적 폐지 계획을 제시한다면 전문가 의견 수렴, 과거 사례 분석 등을 통해 인가 대상인지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금융위 인가 대상이 아니더라도 필요하면 소매금융 철수와 관련해 소비자 보호가 철저히 이뤄지도록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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