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키나파소 상카라 전 대통령 둘러싼 미제사건
불발한 급진개혁…범아프리카주의·반제국주의의 상징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1987년 서아프리카 국가 부르키나파소의 토마 상카라 대통령을 살해한 일당이 범행 34년 만에 재판정에 섰다.
부르키나파소의 군사법원이 상카라 살해를 공모한 일당 14명에 대해 재판을 시작했다고 영국 BBC방송과 AP통신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상카라는 범아프리카주의와 반제국주의 운동의 상징으로, '아프리카의 체게바라'로 불렸다.
그는 33살이던 1983년 절친한 친구였던 블레즈 콩파오레와 함께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이 됐다.
재임 기간에는 각 분야에서 급진적 개혁을 단행했다.
가난한 농부들에게 땅을 배분하는 토지 개혁을 단행해 면직물 생산력을 끌어올렸다.
자신을 포함한 공무원의 급여를 깎고 고위 관료들은 운전기사를 두지 못 하게 했다.
특히 교육에 집중해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국민의 비율을 1983년 13%에서 1987년 73%로 끌어올렸다.
나라의 이름을 '부르키나파소'로 바꾼 것도 상카라였다. 부르키나파소는 '정의로운 사람들'을 뜻한다고 한다.
상카라 대통령은 그러나 임기 4년 만인 1987년 10월 친구 콩파오레가 주도한 쿠데타 도중 암살당했다.
콩파오레는 이 쿠데타로 권좌에 올라 2014년까지 27년간이나 장기집권했다. 2014년에도 집권 연장을 위해 헌법을 고치려다가 광범위한 하야 요구 시위가 번져 실각했다.
바로 이 장기집권 때문에 상카라 암살에 대한 재판이 지금까지 미뤄진 셈이다.
상카라의 형인 폴 상카라는 BBC에 "콩파오레의 집권 기간에 우리는 재판을 열 가능성조차 꿈도 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웃 국가인 코트디부아르에 머무는 콩파오레는 암살 사건의 핵심 피고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재판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의 변호사는 성명에서 "항복하지 않겠다"며 "기소 전에 진술할 기회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콩파오레 이외의 피고인들은 콩파오레 정부에서 참모총장을 지낸 길베르 디앙데레 장군 등이다. 이들은 국가 안보 위협, 암살 공모, 시신 유기 등의 혐의를 받는다.
상카라가 자연사했다고 사망진단서에 서명한 의사도 공문서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앞서 2015년에는 상카라의 유해로 추정되는 시신에 대해 DNA 분석을 시도했지만, 정확한 신원을 파악할 수 없었다.
상카라의 부인인 마리암 상카라는 재판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며 "누구의 소행인지 진실을 알고 싶다"고 BBC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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