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이스라엘·UAE 외무 장관과 양자·3자 접촉
국무부 고위 당국자 "수자원·에너지·종교적 공존 확장 실무그룹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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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중동의 외교·안보 지형을 바꾸는 '아브라함 협약'의 확장을 모색하기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가 머리를 맞댄다.
13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자국을 방문 중인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 UAE 외무장관을 맡은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만날 예정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 UAE 카운터 파트들과 양자, 3자 접촉을 통해 지난해 9월 체결된 '아브라함 협약' 확장 방안 등을 논의한다.
지난달 화상 회담에 이은 두 번째 3자 접촉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아브라함 협약이 더 평화롭고 번영한 중동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3개국이 (중동국가에서 부족한) 수자원과 에너지 분야 협력은 물론 종교적 공존의 확장을 위한 실무그룹 (구성)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브라함 협약은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의 경계를 기준으로 별도 국가로 공존하도록 하자는 구상)을 대체할 전략이 아니다"라며 "그러나 (이스라엘과 아랍국 간) 관계 정상화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 진전의 지렛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과 몇 차례의 중동 전쟁을 거치면서 이스라엘과 중동 이슬람권은 외교·종교적으로 갈등해왔다.
지난해 9월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이 '아브라함 협약'을 체결하기 전 중동 이슬람권에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한 것은 이집트와 요르단뿐이었다.
아브라함 협약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과지만, 트럼프 정책을 지워온 조 바이든 행정부도 승계하겠다고 약속할 만큼 중동 현대사에 전환점이 된 것으로 평가한다.
협약에 직접 서명한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를 밀어내고 집권한 현 이스라엘 연립정부도 이인자이자 2023년 총리직을 승계할 라피드 장관이 직접 협약 당사국인 UAE와 바레인을 방문하는 등 후속 절차를 밟아왔다.
특히 그는 지난 8월 뒤늦게 협약에 가세한 모로코를 방문해 "이란에 맞서 아랍권 국가와 온건 국가 연대를 구축하겠다"며 확장 의지를 내비쳤다.
또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지난달 이스라엘·UAE 외무장관과 화상 회담에서 더 많은 아랍국가가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관계 정상화 확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약속한 이슬람 국가로는 북아프리카의 수단이 있다. 하지만 수단은 내정 불안 등을 이유로 공식적인 관계 정상화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걸프 국가인 오만과 카타르 등도 이스라엘과 수교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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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과 실권한 뒤 재기를 노리는 네타냐후 전 이스라엘 총리도 자신들이 주도한 아브라함 협약의 성과를 잇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아브라함 협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이방카 트럼프, 네타냐후 전 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1일 이스라엘 의회에서 '아브라함 협약 코커스' 출범 행사를 열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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