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칼럼 "진정 해결 원한다면 동맹 구축하고 글로벌 해법 찾아야"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에 공급망 자료를 요구한 것과 관련, 블룸버그 통신이 "효과 없고 동맹국에 대해 비생산적인 위협"이라며 비판하는 칼럼을 실었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팀 쿨판은 13일(현지시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약한 고리는 미국'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앞서 미 백악관과 상무부는 지난달 삼성전자와 TSMC, 인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기업들에 반도체 재고, 주문, 판매 등 공급망 정보 설문지에 대한 답안을 11월 8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 설문지는 일상적인 정보에서부터 회사 사정에 개입하는 질문 등 총 26가지 문항으로 이뤄져 있다.
쿨판은 이 조치가 한국과 대만, 중국을 불쾌하게 만드는 등 역효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미국이 자국을 억누르기 위해 정보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반발했고, 동맹국인 한국과 대만의 관료들은 그보다 신중하긴 했지만 삼성전자·TSMC가 기밀정보를 내놓지 않도록 신속하게 막았다고 칼럼은 전했다.
그는 사실 이번 조사는 반도체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포한 표준 도구이며 응답은 자발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어차피 국방물자생산법(DPA)을 적용해 자료 제출을 강제하는 것은 외국계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칼럼은 그러나 가장 변화 속도가 빠른 산업 중 하나인 반도체 업종의 특성상 업체들의 답변 내용을 분석까지 마치고 나면 시기상 쓸모없는 조사가 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수요와 공급이 빠르게 변화하는 반도체 산업의 현실에서 올 연말께 이번 조사 관련 최종 보고서가 마련돼도 철 지난 정보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경우 재고 수준은 몇 달 새 20% 이상 오르내릴 수 있고, 최신기술 기반 신제품이 1∼2개 분기마다 출시되는 실정이다.
상무부가 수집하는 자료가 몇몇 기업들이 반도체를 쌓아놓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자료가 될 수는 있지만, 이는 이미 광범위하게 알려진 사실이라고 칼럼은 지적했다.
상무부가 지난주 반도체 병목 현상 타개를 위한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한다며 업체들에 문제 발생 시 이메일로 보고하라고 한 것을 두고서도 칼럼은 "단기 이벤트를 위해 (이메일과 같은) 수작업 과정을 두는 것은 업계에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접근방식"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업계는 많은 공급망 정보를 대부분 자동화된 글로벌 정보기술(IT)시스템 기반으로 수집·처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칼럼은 특히 미 정부의 가장 큰 실수는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미국이 유일한 피해자이고, 다른 국가의 수요를 강탈할 필요가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 정부가 이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길 원한다면, 다시 동맹을 구축하고 글로벌 해법을 만들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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