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수장 정상회의 배제 논의…'군정 인정' 오해살까 화상회의 막판 연기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지 8개월째인 미얀마 군사정권을 향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아세안 정상들이 쿠데타 유혈 사태 해결을 위해 내놓은 합의 사항을 군정이 묵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정 불간섭을 이유로 미얀마 군정을 상대로 '로키'를 유지해온 아세안 일각에서 강경 대응으로의 기조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와 주목된다.
15일 외신에 따르면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이날 오후 화상회의를 갖고 군정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의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배제 방안을 논의한다.
아세안 정상회의는 오는 26~28일 화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3개국 외교장관들이 이미 지난주 '흘라잉 배제'를 주장한 만큼, 다른 회원국의 동의를 끌어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교장관도 공감을 표시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록신 장관은 전날 호주 싱크탱크인 로위 연구소가 주최한 화상회의에서 아세안이 더는 미얀마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취할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록신 장관은 "그들(미얀마 군정)에 대한 입장이 누그러지게 되면 진정한 지역 기구로서의 우리의 신뢰성은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향후 이어질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미 국무부도 토니 블링컨 장관이 에리완 유소프 아세안 특사와 14일(현지시간) 미얀마 문제를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국무부는 보도자료에서 "두 사람은 미얀마 군정이 아세안 정상회의 합의 사항에 책임있는 자세를 취하도록 하고, 이해당사자들과 대화하는 의미있는 특사 방문을 가능하도록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아세안은 쿠데타 이후 유혈진압 사태가 확산하자 4월24일 자카르타에서 특별 정상회의를 열어 폭력 즉각 중단, 이해당사자 간 건설적 대화 및 특사 방문 등 5개 항에 합의했다.
정상회의에는 흘라잉 사령관도 참석했었다.
그러나 군정은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았고, 금주 예정됐던 에리완 특사의 미얀마 방문은 무산됐다.
군정 외교부는 전날 밤 성명에서 에리완 특사가 일부 개인을 특정해 만나기를 요청했지만, 당국이 거부하면서 그가 이번주 미얀마 방문을 취소했다고 밝혔다고 외신은 전했다.
에리완 특사는 쿠데타 직후부터 가택연금 중인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과의 면담을 요청해왔다.
한편 로이터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8일 아세안 외교장관들과 화상 회의를 가지려다 하루 전 취소한 것은, 군정 외교장관이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군정이 임명한 외교장관이 참여한 가운데 유엔 총장이 화상회의를 진행할 경우, 자칫 군정을 인정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엔 외교관들은 구테흐스 총장이 주유엔 미얀마 대사 자리를 놓고 유엔 회원국들이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앞서가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문민정부 당시 임명된 초 모 툰 현 주유엔 대사가 쿠데타 이후 군부를 비판하자 군정은 그를 해임하고 군부 인사를 후임 대사로 지명했지만, 유엔은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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