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짐승 풀어줬다" 석방에 자극받아 31년 전 범행 주장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성범죄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됐다가 2년 만에 풀려난 미국 코미디언 빌 코스비(83)가 다시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했다.
AP통신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릴리 버나드가 1990년 뉴저지주 애틀랜틱 시티의 한 호텔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며 코스비를 고소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스비가 당시 26살이던 버나드에게 연기에 대해 조언해주겠다며 호텔방으로 유인한 뒤 약물을 먹이고 성폭행했다는 주장이다.
버나드는 코스비가 주연했던 유명 시트콤 '코스비 가족 만세'(The Cosby Show)의 한 에피소드에 출연한 적이 있는 여배우다.
뉴저지 법원은 공소시효와 상관없이 과거 성폭력 사건에 대한 소 제기를 허용하는 한시적 제도를 2년간 운영해왔다. AP에 따르면 버나드도 이 제도를 활용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 제도는 다음 달로 운영이 끝난다.
버나드는 AP에 "코스비의 최근 석방이 소송을 자극한 면이 있다"며 "코스비가 석방됐을 때 다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공포가 덮쳐왔다. 펜실베이니아주 대법원이 짐승을 거리에 풀어놨다"고 말했다.
코스비는 앞서 2004년 자택에서 스포츠 강사에게 약물을 먹이고 성폭행한 혐의로 2018년 9월 법원에서 징역 3∼10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지난 6월 펜실베이니아주 대법원은 코스비가 공정한 사법 절차를 누리지 못했다면서 유죄 판결을 뒤집고 석방을 명령했다.
당시 검찰 측이 기소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뒤 코스비에게서 자백을 끌어내고는, 이 자백을 활용해 코스비를 재판에 넘긴 것은 잘못이라는 판단이다.
이 판결로 코스비는 복역 2년 만에 자유를 되찾았으나, 풀려난 지 4개월만에 버나드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다시 철창신세를 질 위기에 놓였다.
코스비 측 앤드루 와이어트 대변인은 버나드의 소 제기에 대해 "코스비는 결백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소시효 적용 없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뉴지저 법원의 한시적 제도에 대해서는 "단 하나의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소송의 물꼬를 틔워줬다"며 "사법 절차를 훼손하려는 또다른 시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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