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공급난에 연말 쇼핑 수요 겹치며 물류대란 악화일로
항만 하역·육상 운송 병목 현상…코로나 인력난으로 위기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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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물류 대란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아시아 무역기지 서부 항만에는 수많은 컨테이너선이 입항을 못 해 바다가 마치 육지 주차장을 방불케 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연말 쇼핑 대목을 앞두고 수입 화물이 급증하면서 심각한 항만 병목 현상이 발생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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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의류, 가구, 전자제품, 장난감 등을 실은 화물선이 태평양을 건너 로스앤젤레스(LA) 항구와 롱비치 항구에 도착했지만, 화물을 내리지 못한 채 기약 없이 바다에 둥둥 떠 있습니다.
모두가 발울 동동 구르고 있지만, 항만 병목 현상은 해소될 기미가 없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화물 하역 인력이 30% 가까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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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통업체들은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다음 달 블랙 프라이데이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연말 쇼핑 시즌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제때 매장 진열대를 채우지 못할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월마트와 타깃, 코스트코, 아마존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화물선을 빌려 상품을 실어나르고 중국 직항 대형 화물기를 띄우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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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대란은 미국 물가도 끌어올렸습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동월 대비 5.4% 올랐습니다. 휘발유와 식료품 가격은 전월보다 1.2% 뛰었습니다.
미국판 '천원 숍'인 달러트리마저 1달러 판매 정책을 포기하고 제품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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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대란이 미국 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최근 하락세로 접어든 지지율에 물류 대란이 악재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3일 백악관에서 회의를 열고 LA항과 롱비치항의 24시간 운영 체제를 마련했습니다. 월마트, 홈디포, 타깃 등 유통업체와 페덱스, UPS 등 운송업체들은 운영시간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도 초청됐는데 삼성은 근무 시간을 늘려 물류 대란 해소에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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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회의 이후 LA항은 24시간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컨테이너선에서 화물을 내리더라도 첩첩산중입니다. 미국 전역에 물건을 실어나를 육상 운송망도 꽉 막혔기 때문입니다.
LA 항만청에 따르면 컨테이너 물량은 지난해보다 30% 늘었지만, 육상 화물 트럭 운행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코로나 여파로 운송업체는 트럭 기사 구인난에 빠졌고 열차를 통한 화물 운송도 예약이 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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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쇼핑 시즌을 채울 상품은 없고 물가는 오르는 '크리스마스 악몽'이 현실화할까요.
컨테이너가 수북이 쌓인 LA항에는 밤에도 불이 커졌지만, 비어있는 일부 매장의 진열대는 말없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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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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