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선전 외 비판 설 자리 없어…'장진호 비판' 언론인 구류
![](https://img.wowtv.co.kr/YH/2021-10-17/AKR20211017024400089_01_i.jpg)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장진호 영화 안에는 (세계를) 위협하는 의미가 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音)에서 한국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장진호(長津湖)처럼 외국과 전쟁을 담은 '항전(抗戰) 블록버스터'가 중국 바깥의 세계에는 위협적인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담은 영상이 삭제됐다.
17일 홍콩 성도일보(星島日報)에 따르면 최근 더우인에는 '열광의 배후에 있는 위기감을 경시할 수 없다'는 제목의 짧은 동영상이 올라왔다.
'미루저광잉예'(米路哲光影業)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용자는 이 영상에서 "영화 장진호의 출현, 빈번한 항전 영화의 출현이 세계에는 비우호적이고 안정적이지 않은 이데올로기를 전달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영화 안에 위협의 의미가 들어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물었다.
하지만 많은 중국 누리꾼은 "중국 군대가 보가위국(保家衛國)을 한 영화를 찍는 데 무슨 반성이 필요하느냐", "미국은 그렇게 많은 전쟁영화를 찍었는데 그럼 그것이 세계를 위협하는 것인가?"라며 이 영상을 만든 이용자를 일방적으로 비난했다.
결국 더우인에서는 '미루저광잉예' 이용자의 계정이 폐쇄됐고 관련 영상은 중국 인터넷에서 모두 삭제되어 검색되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날이 갈수록 체제 선전과 옹호의 목소리 외에는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경제 주간지 차이징(財經)의 부편집장을 지낸 뤄창핑(羅昌平)은 최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반세기가 지났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전쟁이 정의로웠는지에 대해 거의 반성하지 않았다"며 영화 장진호를 비판했다가 영웅과 열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형사구류 처분을 받기도 했다.
장진호는 1950년 겨울 한국전쟁 당시 개마고원 장진호 일대까지 북진했던 미 해병1사단(1만5천명)이 중공군 7개 사단(12만명)에 포위돼 전멸 위기에 처했다가 17일 만에 포위망을 뚫고 철수한 장진호 전투를 철저히 중국의 시각에서 다룬 영화다.
미중 신냉전 속에서 중국은 금강천, 장진호 등 미국과 전쟁을 다룬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을 통해 자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함으로써 내부 결속을 도모하고 있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