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동향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에 대비해 국내 반도체 기업을 육성하고 국내외 공급망을 보다 체계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8일 공개한 산업 동향 보고서에서 1차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자체 위기 대응 시스템으로 극복한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2차 공급난을 맞아 감산에 들어간 사례를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업계는 수요예측 실패·마이크로콘트롤유닛(MCU) 부족 등으로 올해 상반기 1차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겪었지만 곧 회복했다.
하지만 지난 여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동남아 지역의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최근 2차 공급난이 닥쳤다.
특히 반도체 후공정이 집중된 말레이시아는 올해 6월 전국 봉쇄령 이후 공장 셧다운을 반복 중이고, 베트남과 태국의 반도체 생산 공장도 같은 상황에 처했다.
차량용 반도체는 소량 생산, 신뢰성 검증 어려움 등으로 공급 유연성이 부족해 주요 생산국인 동남아의 생산 차질로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결과 대표적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는 지난달 작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100만대가 판매돼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2차 반도체 공급난이 닥치면서 자동차 업계는 1차 공급난 당시 위험 관리와 대체품 생산 프로세스 등으로 오히려 증산에 성공한 도요타의 대응에 주목했다.
도요타는 내부적으로는 수년간 위기 대응 시스템과 부품 공급망을 개선했고, 외부적으로는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일본 르네사스, 대만 TSMC 등 반도체업체와 협력체계를 강화했다.
아울러 대체품에 대한 평가 시스템을 고도화해 신속한 대체품 생산 프로세스를 구축했고, 그 결과 신규 제품 검증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자동차 부품 공급에 유연성을 확보했다.
공급망 측면에서는 반도체 협력사들이 재고 비중을 늘렸고, 모든 부품 데이터를 관리하는 공급망 정보시스템 '레스큐'가 개발됐다.
도요타는 이러한 시스템과 공급망 재편에 기반해 1차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도 올해 상반기 약 500만대를 판매해 상위 5개 기업 중 작년 대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도요타도 2차 공급난의 파고는 피해 가지 못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수급난이 장기화하면서 그간 비축했던 재고가 바닥났고, 동남아에 집중된 자동차 부품 산업 구조로 공급이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요타는 지난달 월 생산량의 40%인 40만대를 감산할 수밖에 없었다.
보고서는 이번 공급난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국내 차량용 반도체 기업을 육성하고, 하위부품 정보 관리와 신속한 대체품 평가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국가와 지역, 기업 간 전략을 모두 고려한 부품 공급망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공급 위기시 우선협력이 가능한 차량용 반도체 기업을 육성해 그 기업과 직접적 협력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며 "위기 대응을 우선순위로 해서 지정학적 요소를 반영한 공급망 재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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