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아동 추념일에 행사 불참, 가족과 휴가 떠났다가 '뭇매'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원주민 아동들의 유해가 집단으로 발견된 매장지에서 고개를 숙였다.
AFP통신은 18일(현지시간) 트뤼도 총리가 캐나다 서부 캠루프스에서 발견된 원주민 아동 215명의 유해 매장지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트뤼도 총리는 19세기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백인 사회 동화를 이유로 강제로 기숙학교에 입소한 원주민 아동들이 목숨을 잃고 몰래 매장된 사실에 대해 "화해를 이루기 위해선 먼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에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5개월 전 캠루프스에서 원주민 아동 유해 매장지가 처음 발견된 뒤 과거 기숙학교가 운영됐던 캐나다 각지에서 1천200구 이상의 원주민 아동 유해가 발굴됐다.
캐나다 원주민 기숙학교는 100여 년간 정부와 가톨릭교회 주도로 운영됐다. 전국적으로 139곳에 달했고, 강제 수용된 원주민 아동은 1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캐나다 정부는 어두운 과거사를 기억하겠다는 의미로 지난달 30일을 원주민 아동 추념일로 정했다.
그러나 트뤼도 총리는 캠루프스 원주민 부족으로부터 추념일 행사에 참석해달라는 초대에도 불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고 당일 가족과 휴가를 즐긴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좀 더 빨리 방문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인 트뤼도 총리는 가족 휴가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선 "책임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날 매장지에서 트뤼도 총리를 맞은 원주민 부족장 로잰 캐시미르는 총리가 추념일 행사에 불참한 데 대해 실망했다면서도 "오늘은 긍정적인 진전을 이루고, 실수를 바로잡는 날"이라고 화답했다.
트뤼도 총리는 원주민 아동 유해가 발견됐을 당시 "부끄러운 역사"라며 정부 차원에서 공식 사과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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