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보도…"4년간 피해자 6명 나왔는데도 보호조치 안 해"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세계은행이 수년간 제기된 한 고위 간부의 상습 성희롱 고발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여성 직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내부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세계은행 행정재판소가 지난 6월 내놓은 56페이지 분량의 판결문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코스타리카 출신의 간부 로드리고 차베스가 지난 2009∼2013년 최소 6명의 여성 직원을 상대로 성희롱을 저지른 사실을 파악하고도 그를 해고하지 않고 강등과 3년간 임금 동결의 처분만을 내렸다.
행정재판소 판결에 앞서 세계은행 윤리위원회가 30명의 목격자를 면접한 결과 차베스는 여직원들을 상대로 음흉하게 쳐다보거나 키스를 시도하고, 호텔 또는 휴가지로 원치 않는 초대를 한 것은 물론 외모에 관해 언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중 2명은 세계은행이 첫 직장인 20대 초반 여성이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 여성 이코노미스트는 2009년 중반 차베스의 끈질긴 제의로 점심을 함께한 자리에서 노골적인 성적 대화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피해자들은 2017년 세계은행이 성희롱에 관한 실무대응그룹을 창설하자, 차베스의 성희롱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이에 윤리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으나 2019년 말 조사가 끝날 때까지 피해자들에 대한 아무런 보호 조치가 없었다고 판결문은 지적했다.
강등 조치 직후 제 발로 세계은행을 그만둔 차베스는 코스타리카 재무장관을 지냈고, 내년 2월 대통령선거에 중도좌파 정당의 후보로 출마할 예정이다.
행정재판소는 세계은행에 차베스를 재고용하지 말고, 세계은행 경내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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