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 인세인 교도소에서 수백명 풀려나…수치 고문 대변인 등 포함
아세안 '정상회의 배제' 압박에 전격 단행…가족들, 교도소 밖에서 출감 기다려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아들이 교도소에 갇힌 지 벌써 8개월이 지났네요."
올해 2월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반발해 부대에서 이탈한 뒤 군경에 체포돼 수감중인 아들을 두고 있는 느웻 느웻 산은 조만간 자식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양곤 인세인 교도소 밖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저항운동 참가자들이 대거 석방될거라는 소식을 들어서 아들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공장 근로자인 치치는 지난 2월 당국에 체포된 남편이 출감하기를 기다리면서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치치는 "어제도 교도소 부근에 나왔는데 남편이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오늘은 나올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도소에서 빠져나와 버스에 탑승한 반군부 시위 참가자들은 일제히 창밖을 향해 저항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거나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미얀마 군사 정부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꺼내든 '정상회의 배제' 압박 카드에 결국 정치범들을 석방하기 시작했다.
로이터 및 AFP통신 등 외신은 19일(현지시간) 양곤의 인세인 교도소에서 수백명의 정치범이 풀려났다고 현지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석방된 정치범 중에는 가택연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의 대변인과 '자가나'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유명 코미디언 마웅 뚜라가 포함됐다.
앞서 군정은 국영TV를 통해 반군부 시위로 억류·구금 중인 5천600여명을 석방한다고 전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6일 아세안이 오는 26~28일 열리는 정상회의에 미얀마 군정의 지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의 참석을 불허한다고 발표한 데 따른 조치다.
아세안은 미얀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유혈진압을 중단하지 않고 있는 군정에 대해 경고의 의미로 이같이 결정했다.
아세안 10개 회원국 대표들은 지난 4월 24일 특별정상회의에서 미얀마 사태의 평화로운 해결을 위해 즉각적인 폭력 중단 등 5개 조항에 합의했다.
미얀마 군정의 정치범 석방은 국제사회와의 관계 회복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톰 앤드루스 유엔 특별보고관은 미얀마 군정의 이번 조치를 반기면서도 애초에 정치범들을 구금한 것 자체가 "잔인무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정이 심정의 변화가 아닌 압박 때문에 정치범들을 석방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석방된 수치 고문의 대변인인 몽유와 아웅 신은 "오늘 그들이 나에게 오더니 '집에 보내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난 2월 1일 체포된 뒤 교도소에 8개월간 갇혀 있었다.
이날 소셜미디어에는 석방된 정치범들이 가족들과 재회하는 사진과 동영상이 다수 올라왔다.
앞서 전날에는 2대 도시인 만달레이를 비롯해 메익틸라, 메익의 교도소에서도 구금된 정치인과 언론인들이 석방됐다.
그러나 메익틸라 교도소의 경우 석방된 38명 중 11명이 다시 체포됐다고 현지 인터넷 뉴스방송인 DVB(Democratic Voice of Burma)는 전했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군부 쿠데타 이후 지난 18일 기준으로 7천355명이 구금된 것으로 집계됐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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