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英 기후변화 총회서 개도국 지원 증액 놓고 격돌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빈곤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는데 선진국이 얼마나 많은 돈을 내야 할지를 둘러싸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이 한판 줄다리기를 벌일 모양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달 말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개도국의 기후변화 재원 마련 방안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선진국이 2026년 이후 개도국에 제공하는 기후변화 대응 재원을 얼마나 증액할지가 쟁점이다.
주요 7개국(G7)을 비롯한 선진국은 2025년까지 개도국에 연간 1천억 달러(약 118조원)의 기후변화 대응 재원을 제공하고 이후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약속했지만, 아직 지원 목표액을 채우지 못한 상황이다.
선진국들은 일단 기존 공약을 온전히 이행하는데 집중하자는 입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확장 재정을 편 까닭에 여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기후변화 대응 재원을 선진국이 온전히 부담하기는 힘드니 중국 등 중진국도 함께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77개 개도국 그룹(G77)과 빈곤국들은 빈곤 퇴치와 기후변화 대응을 병행하는데 1천억 달러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선진국의 자금 지원 규모를 대폭 상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아프리카 국가는 올해 7월 런던에서 존 케리 미 기후특사 등과 만난 자리에서 기후변화 대응 재원 제공 규모를 연간 7천500억 달러(약 880조원)로 증액할 것을 주장했고, 지난 9월에는 요구액을 1조3천억 달러(약 1천500조원)로 올렸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2030년까지 선진국의 개도국 기후변화 대응 지원 규모를 1조3천억 달러로 증액하는 방안을 COP26에서 공식 제안할 계획이다.
G77의 기후변화 재무 정책 담당자인 자히르 파키르는 "(선진국들은) 한편으론 의욕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재원 마련에는 열의를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빈곤국이 참여하지 않은 기후변화 대응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미국과 유럽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고 있지만, 수십억에 달하는 인구를 지닌 개발도상국들이 화석에너지에 의존해 경제발전을 추진한다면 소용이 없는 탓이다.
그런 가운데 영국 각료로 이번 총회를 주관하는 알록 샤르마 COP26 의장은 선진국이 연간 1천억 달러 지원 약속을 지키도록 압박하는 동시에 차관보다는 공여로 자금이 지원되도록 하는 데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국가가 코로나19로 인해 공공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봤다"면서 "개도국에 더 많은 빚을 퍼주는 건 딱히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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