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피해자 2명분 5억여원 상당 특허권·상표권 매각 명령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 배상을 외면해온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우리 법원의 자산 매각명령에 불복해 항고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은 강제노역 피해자 양금덕(92)·김성주(92) 할머니가 낸 상표권·특허권 특별현금화(매각) 명령 신청을 인용한 대전지법 민사28단독 김용찬 부장판사에게 즉시항고장을 냈다.
즉시항고는 신속하게 확정할 필요가 있는 법원 결정에 불복하는 절차다.
우리나라 법원의 매각 명령과 관련해 가능한 모든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항고 사건은 대전지법 민사항소3부(이효선 부장판사)와 4부(김윤종 부장판사)에서 각각 맡았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은 옛 조선여자근로정신대(정신대) 관련자들의 청구권 문제가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돼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즉시항고장을 제출한 이유를 밝혔다.
미쓰비시 측은 또 일본 정부와 협력해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일제강점기의 강제노역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한국대법원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사실상 미쓰비시 측에 이 판결에 응하지 말도록 해 왔다.
자산매각으로 일본 기업에 실질적 피해가 발생하면 한일 관계에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는 위협적인 입장도 천명해 놓은 상태다.
앞서 지난달 27일 김용찬 부장판사는 미쓰비시중공업 측으로부터 압류한 5억여원 상당 채권(상표권·특허권)을 매각하라고 주문했다.
미쓰비시중공업 측이 양금덕·김성주 할머니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특허권 압류명령 재항고 사건을 지난달 10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가 기각한 데 따른 후속 절차였다.
구체적인 매각 대상은 상표권 2건(양금덕 할머니 채권)과 특허권 2건(김성주 할머니 채권)이다.
매각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액수는 1명당 2억970만원(이자·지연손해금 포함) 상당이다.
강제노역 피해와 관련해 국내에서 법원이 일본 기업 자산 매각 명령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미쓰비시중공업 측의 법적 다툼 연장으로 실제 매각 여부는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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