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총리 "협박에 굴복 안해…해법 모색위해 대화할 것"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은 21일(현지시간) EU법에 대한 폴란드 헌법재판소의 최근 결정을 놓고 폴란드를 압박했다. 폴란드 총리는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서면서도 해법을 찾기 위해 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로이터,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틀 일정으로 개막한 EU 정상회의에서는 폴란드 헌법재판소가 지난 7일 자국에서는 EU의 조약·결정보다 폴란드 헌법이 더 앞선다고 결정한 것을 놓고 논쟁이 빚어졌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우리는 협박의 압박에 못 이겨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만, EU 기구들의 권한이 계속 확대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는 당연히 대화를 통해 현재의 분쟁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폴란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지난 7월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 결정과 폴란드 헌법 중 어느 것이 상위법인지 판단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EU 집행위는 그동안 사법부 독립, 성소수자 인권 문제 등을 놓고 폴란드 정부와 충돌해왔으며 이번 폴란드 헌재의 결정 이후 양측의 갈등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특히 EU 집행위는 법적 대응을 비롯해 경제회복기금 지원 보류, 특정 투표권 제한 등 재정적, 정치적 대응 가능성을 경고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EU 집행위는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본 회원국에 지원되는 기금 지급에 필요한 폴란드의 경제 회복 계획을 승인해주지 않고 있는 상태다.
대다수 EU 회원국은 EU 공동의 규정과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 세계 무대에서 EU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우리는 매우 우려한다"면서 "EU법을 우선하는 것은 유럽 전역의 시민 모두를 보호하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고 그 혜택을 누리기를 원한다면 규칙에 따라야 한다"면서 "레드라인이 침해됐고 우리는 그것을 용납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폴란드를 계속해서 ECJ에 제소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라면서 "우리는 다시 뭉칠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타협을 주장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정상회의에 앞서 모라비에츠키 총리와 잠시 만나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공동의 원칙·규정과 양립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한 대화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폴란드 편에 섰다. 그는 "폴란드는 유럽 최고의 국가"라면서 "제재를 가할 필요가 없다.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헝가리도 지난 몇 년간 EU로부터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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