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배우자는 추가…필요시 외국인도 총수로 지정해야"
공정위·기업지배구조원 공동 학술대회
(세종=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규제 대상이 되는 동일인(총수)의 친족 범위를 '4촌 이내 혈족'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2일 공정위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서울 코엑스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이후 대기업집단 정책 방향' 학술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매년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을 지정해 각종 규제를 적용한다.
이를 위해 대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으로부터 친족(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을 포함한 동일인 관련자의 지분 소유 현황 등의 지정 자료를 제출받고 있다.
신 교수는 "동일인 관련자에 대한 자료수집의 부담은 현재 대다수 기업집단 실무자들이 느끼는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며 "한국사회의 가족관계 현실을 고려할 때 6촌 혈족이나 배우자의 4촌에 대한 경계심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혈족 범위를 '4촌 이내'로, 인척 범위를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정도로 완화하되, 배우자에 사실혼 관계에 있는 자도 포함하는 정도의 방안이 모색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다만 "이 경우 사익편취 규제와의 연계구도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과제"라며 자료제출대상은 완화하되 사익편취 혐의 조사 단계에서 자료제출 대상 이외의 친인척에 대한 추가 자료를 요구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미국 국적인 김범석 쿠팡 의장이 동일인 지정을 피하면서 불거진 '외국인 특혜' 논란에 대해선 기준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공정거래법 적용을 받는 대기업집단은 국내회사들로 구성된 기업집단으로 국한되지만, 그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동일인은 내국인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출 상당 부분이 한국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기업집단의 최대 주주로서 국내에 거주하는 등 사실상의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객관적 여건이 형성돼 있고, 실제로 인사권이나 경영상의 중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면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동일인 지정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동일인 개념을 법률이나 시행령에 명확하게 정의하고, 동일인 결정·변경 과정에 기업집단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김형석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박사는 기업집단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와 관련해 "기업 단위로 이뤄지는 평가와 별도로 기업집단 간 지배구조 차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가 간 경계가 더욱 희미해지고 탈 가족화로 친족 개념이 변화하는 등 사회적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지금의 대기업집단 시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기업의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해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비재무적 성과를 포함한 ESG의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논의되는 대안들을 향후 정책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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