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내 부동산사업 70% 감축키로…선분양→후분양 사업 방식 변경
중국 관영매체, 쉬자인 회장 내부회의 발언 보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300조원이 넘는 부채를 짊어진 채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진 중국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향후 10년에 걸쳐 그룹 핵심인 부동산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전기차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 정부가 주택 가격 안정 차원에서 자국 부동산 산업을 억제하고 나선 가운데 주력인 부동산 사업의 명맥만 유지한 채 사실상 전기차 회사로 탈바꿈하겠다는 구상으로 평가된다.
중국 관영 증권시보는 22일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이날 밤 쉬자인(許家印) 헝다 회장이 회사 내부 회의에서 부동산 사업 축소를 골자로 한 회사 사업 재편 방향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쉬 회장은 부동산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것이라면서 작년 7천억 위안(약 129조원)이던 부동산 사업 매출이 10년 이내에 2천억 위안(약 36조9천억원) 수준으로 7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통해 향후 10년 안에 헝다를 전기차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 변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매체들은 헝다가 전기차 사업을 갓 시작한 샤오미(小米)에 헝다차를 파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쉬 회장의 이번 발언은 헝다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회사인 헝다차를 매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헝다차는 지난 2019년 설립됐다. 작년 말까지 투입된 자금은 474억 위안(약 8조8천억원)에 달했지만, 이 회사는 아직 단 한 대의 자동차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헝다의 류융줘(劉永灼) 총재는 최근 행사에서 내년 초부터 톈진(天津) 공장에서 처음으로 전기차를 출하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한편 쉬 회장은 향후 완공된 부동산 상품만을 파는 후분양 방식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부동산 업계는 대체로 한국처럼 완공하기 전에 먼저 고객들에게 주택 등 상품을 분양해 자금을 미리 확보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헝다가 자금 회전에 불리한 후분양으로 사업 방식을 전환하기로 한 것은 파산 위기가 불거진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헝다의 선분양 주택을 사려고 하는 고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헝다는 23일 지급 유예기간 종료를 앞둔 지난 21일 8천350만 달러(약 985억원)의 달러화 채권 이자를 가까스로 상환하면서 일단 공식 디폴트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자금난으로 헝다의 대부분 건설 사업이 중단된 상황에서 갚아야 할 빚이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헝다의 유동성 위기는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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