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영 주유소부터 가격 내릴 듯…정유사·주유소, 재고관리 돌입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김영신 기자 = 정부의 유류세 인하 발표가 임박하면서 정유사와 주유소들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정유업계는 유류세 인하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시행 초기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재고 관리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특히 유류세 인하 조치가 소비자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가격 하락으로까지 이어지는 데는 통상 2주 정도 걸리기 때문에 그사이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질까 봐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2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유류세 인하 발표를 앞두고 주유소들은 벌써 석유제품 주문을 줄이고 있다.
통상 주유소는 한 달에 1~3회 정유사로부터 석유제품을 공급받는데 최근에는 물량을 새로 들여놓기보다 재고 소진에 들어갔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유소들이 유류세 인하가 확실시된 뒤부터는 기름을 안 사기 시작했다"면서 "유류세 인하 전 가격으로 공급받은 기름은 자신들이 사 온 가격대로 팔아야 하므로 재고를 빠듯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 시점부터 주유소들로부터 주문이 한꺼번에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수급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재고관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제품은 정유공장에서 나와 저유소를 거쳐 주유소로 유통되는데 이 과정이 통상 2주 정도 걸린다.
반면 유류세는 정유공장에서 반출되는 순간 붙기 때문에 2주가량은 유류세 인하 전의 기름이 유통된다. 소비자들이 가격 인하를 체감하는 데는 그만큼 시차가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앞서 2018년 10월 유류세 인하 당시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소비자들의 체감 시차를 없애기 위해 직영 주유소에서 유류세 인하 당일부터 값을 내려 팔기도 했다.
전국 1만2천여곳 주유소 가운데 직영 주유소 비중은 7% 정도로, 당시 직영 주유소에만 소비자들이 대거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유류 판매는 늘었지만, 비싼 값에 공급한 유류를 싼값에 팔면서 정유 4사는 100억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됐다.
정유업계는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2018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이 유류세 인하 효과를 최대한 빨리 체감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협조 요청을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직영 주유소들은 유류세 인하 시점부터 곧바로 가격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 때문에 유류세 인하가 정유 4사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 4사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5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가 최근에야 정제마진 상승으로 실적이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국제 유가가 상승기여서 유류세 인하 효과가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국제 유가는 통상 2주 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 휘발윳값에 반영된다. 유류세를 내리더라도 원윳값이 오르면 인하 효과가 상쇄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국제유가가 높으면 소비가 위축된다"면서 "'유류세를 내렸는데도 왜 가격이 비싸냐'는 식의 소비자 항의와 불만이 주유소와 정유사들에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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