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후 도시 근교 레저활동 급증…마을 경제에 도움
[※ 편집자 주 : '잘란 잘란'(jalan-jalan)은 인도네시아어로 '산책하다, 어슬렁거린다'는 뜻으로, 자카르타 특파원이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연재코너 이름입니다.]
(센툴[인도네시아]=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한쪽에선 벼수확을, 다른편에서는 모내기하는 논길 사이로 외지인들이 줄지어 트레킹을 즐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마을 주민들은 일하다 가끔 허리를 펴고 손을 흔들어주기도 하고, 아이들은 바나나튀김을 관광객에게 팔기도 한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연합뉴스 특파원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도심에서 1시간떨어진 보고르 센툴에서 '논길 트레킹'에 참여했다.
센툴의 놀이동산 정글랜드 주변에서 하는 논길 트레킹은 2019년 등장해 코로나 사태가 터진 작년부터 인기가 급증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직장인들이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는 등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주말이면 도시 근교에서 트레킹과 자전거 및 산악오토바이 등 레저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센툴은 자카르타와 가깝고, 기온이 상대적으로 선선해 가족 단위 또는 단체 나들이객에 안성맞춤으로 꼽힌다.
발 빠른 여행사들이 마을 주민을 가이드로 고용, 논길과 소나무 숲 트레킹, 동굴탐험, 폭포 목욕까지 4∼5시간짜리 관광 코스를 개발했다.
센툴에서 가이드로 활동 중인 마이디 리드완(28)은 "논길 트레킹 상품을 운영하는 여행사가 작년부터 급격히 늘어 15개나 된다"며 "관광객은 주로 자카르타에서 오고, 오늘 우리 여행사만 해도 12개 그룹을 안내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7월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4만∼5만명으로 폭증했다가 최근 들어 1천명 미만으로 진성세를 보이면서 주말 나들이객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센툴의 논길 트레킹 참가자는 주말의 경우 하루 400명 안팎이고, SNS에 사진이 퍼지면서 계속 늘고 있다.
논길 트레킹은 신발을 벗고 큰 개울을 건너면서 시작됐다.
본래 개울을 건너는 징검다리가 있는데, 우기가 되면서 개울물이 불어나 발을 담그고 건널 수밖에 없다.
트레킹 참가자들은 손에 신발을 들고 '이런 것도 체험'이라며 한껏 웃으며 서로 손을 잡아주며 개울을 건넜다.
계단식으로 조성된 논이 푸르름을 뽐내기에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멋진 풍경이 담겼다.
적도 근처에 있는 인도네시아는 이모작, 삼모작이 가능하다.
한쪽에서는 모를 심고, 반대편에서는 손으로 벼를 탈곡하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논길을 다 지나고 나면, 이번에는 소나무 숲이 펼쳐진다.
소나무 그늘에 부는 솔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소나무에는 송진을 채취하는 그릇이 달려있다.
트레킹 코스 곳곳에는 작은 매점이 있어 현지인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 차와 야자열매로 목을 축일 수 있다.
'더는 못 걷겠다'고 주저앉은 동료에게 "동굴이 바로 코앞에 있다"고 부채질을 해주며 달래는 모습이 미소를 짓게 했다.
소나무 아래로 10여분 정도 더 걸으니 나타나는 신기한 모양의 바위와 가룽강 동굴(Goa Garunggang).
동굴 관리인 M.트리안토씨는 "1980년대 이 지역에 집이 생기면서 농사짓던 주민들이 우연히 동굴을 발견했다"며 "2015년부터 관광지로 개방했지만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가 2019년부터 늘기 시작, 코로나 사태가 터진 뒤 인기가 폭발했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동굴이 4개 있는데, 깊이는 6m 정도이고 길이는 20m, 100m, 200m까지 다양하다. 동굴 가운데 2개는 서로 이어져 있다.
관광객은 주로 20m짜리 길이 동굴에 들어가는데, 가파른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물이 흐르는 미끄러운 바위를 밟고 더 내려가야 한다.
동굴 속 공간이 협소하기에 가이드 두 명이 전등을 비추고 한 번에 10명만 내려가도록 안내한다.
조심해서 동굴 안으로 내려가니 종유석이 보였다. 현지인들은 동굴에서 종유석을 배경으로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
동굴 천장에 랜턴을 비춰보니 작은 박쥐 수십 마리가 붙어 있었다.
밤마다 내린 비에 동굴 안쪽은 물이 차 있어서 몇 미터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 나와야 했다.
동굴 밖으로 나온 이들은 온몸이 진흙투성이지만, 다들 "귀한 동굴 사진을 찍었다"며 즐거워했다.
동굴에서 루위 아시(Leuwi asih) 폭포까지 다시 30분간 트레킹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중간중간 갈대밭이 관광객을 맞았다.
동굴에서 나오면 폭포까지 걷지 못하거나, 시간이 부족한 사람을 위해 마을 청년들이 오토바이를 준비하고 있다. 5만 루피아(4천원)를 주면 오토바이 뒤에 태워 산길을 달려준다.
마침내 트레킹의 종착지인 폭포에 도착한 이들은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며 땀을 씻어냈다.
예전 한국의 유원지처럼 폭포 주변에 간이 샤워장, 라면과 바나나 등을 파는 매점이 가득했다.
트레킹으로 관광객이 늘면서 도로 포장 등 마을 인프라 확충과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가이드들은 설명했다.
이날 논길 트레킹에 참여한 자카르타 교민 이진구씨는 "작년부터 매주 주말 여러 교민과 함께 센툴에서 4시간 정도 등산을 즐긴다"며 "코로나 사태 이후 등산, 트레킹, 산악 마라톤 등 레저활동을 즐기는 현지인들이 늘어나는 게 확실히 느껴진다"고 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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