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라우팅 작업은 새벽시간이 상식…관리자 실수 가능성"
KT, 사태수습 주력…이르면 정오께 추가 입장 발표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25일 전국에 혼란을 일으킨 통신장애의 원인이 '네트워크 장비 설정 오류'라고 KT가 밝혔으나, 관련 업계에선 세부 설명 없이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KT는 "초기에는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해 디도스로 추정했으나, 면밀히 확인한 결과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를 원인으로 파악했다"는 입장을 사태 당일인 25일 오후 2시께 밝혔다.
그러나 26일 정보통신업계(ICT) 관계자들은 이런 KT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장애가 발생한 오전 11시 20분께 라우팅 작업이 있었다는 점부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라우팅 작업처럼 네트워크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은 이용자와 트래픽이 적은 새벽시간대에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오전 11시대면 가장 이용자가 많은 시간인데 그때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라우팅뿐만 아니라 다른 테스트나 업그레이드, 장비 점검과 교체 등 역시 한낮에 할 만한 작업이 아니라는 것이 ICT업계의 상식이다.
따라서 관리자의 조작 오류나 실수 등 인재, 이른바 '휴먼 에러'가 1차적 원인이고, 라우팅 오류는 이에 따른 결과이자 사태의 2차적 원인이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KT새노조는 사태 당일 성명에서 "라우팅 오류이면 휴먼 에러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내부 직원들의 의견"이라며 "단순 라우팅 오류로 전국 인터넷망이 마비될 정도라면 보다 안정적 운영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새벽 시간대 라우팅 작업이 있었고, 이때 발생한 오류를 인지하지 못한 채 네트워크에 부하가 쌓인 것이 오전 11시를 넘어 대규모 장애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이 경우 최초 오류에 이어 장시간 모니터링에도 실패한 게 핵심 원인으로 지목돼, 역시 이번 사태가 인재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게 된다.
이처럼 KT의 해명이 사태의 핵심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과 함께 KT가 조속히 정확한 경위 설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인이 디도스나 해킹처럼 외부 요인이면 경위 파악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내부 오류라는 게 분명해진 상황이라면 경위 파악에 24시간이 넘게 걸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상황 파악을 못했어도 문제고, 그걸 발표를 못하고 미룬다고 해도 문제"라며 "피해 보상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전에도 일부 이용자들이 KT 인터넷 이용에 차질이 빚어진다고 호소하는 등 전날 사태의 여진이 이어졌다.
KT도 28일로 예정됐던 KT스튜디오지니의 기자간담회를 잠정 연기하는 등 이번 사태 수습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KT는 이르면 26일 정오께 전날 사고에 대한 추가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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