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언론, 이탈리아 신문 인용 보도…교황청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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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중국이 최근 로마 교황청에 외교관계 수립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대만과의 단교를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과 공식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다른 국가들에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기존의 방식을 적용한 것이어서 교황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연합보와 중국시보 등 대만 언론은 이탈리아 매체를 인용해 중국이 자국과의 수교를 희망하는 교황청에 대해 대만과의 단교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지난 24일 익명의 교황청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교황청은 이에 중국 베이징(北京)에 대사관을 먼저 설립한 후 교황청과 대만의 관계를 다시 논의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교황청이 중국·대만과의 관계와 관련해 명확한 틀을 처음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문은 교황청이 미국과 중국의 대치로 대만 해협에서 군사적 충돌 위험이 높아지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대화를 유지하려는 교황청에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해 곤혹스런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주도적으로 외국과 단교한 전례가 없는 교황청으로선 중국의 이런 입장에 진퇴양난에 처했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다이루이밍(戴瑞明) 전 주교황청 대사는 중국이 교황청의 이런 제안을 승낙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이 반드시 교황청에 대만과의 관계 정리를 먼저 요구할 것이라면서 종교의 내정 간섭을 허용하지 않는 중국 정부가 사형제 폐지, 낙태 반대 입장을 주장하는 교황청의 포교를 인정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교황청은 유럽 지역에서 대만과 수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다.
대만 외교부 어우장안(歐江安) 대변인은 전날 교황청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각종 소통 채널은 원활하다고 말했다.
어우 대변인은 그러면서 교황청이 지난 10일 대만 건국 기념일 행사에 대만인과 평화 번영을 축복한 것은 돈독한 교황청과 대만의 우의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교황청과 중국은 2018년 9월 중국 정부가 교황을 세계 가톨릭교회의 최고 지도자로 인정하는 대신 교황청은 중국 측이 자체 임명한 주교 7명을 승인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타협안에 잠정 합의했다.
당시 합의로 70년에 걸친 양측의 이견과 갈등이 해소되면서 중국에 공산정권이 들어선 이후 단절된 양측 관계의 정상화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jinbi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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