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연대' 중러, 군사·외교·경제 3중 밀착 어디까지

입력 2021-10-27 08:00  

'반미연대' 중러, 군사·외교·경제 3중 밀착 어디까지
해상·육상 합동 군사훈련 '동맹 수준'…외교무대서도 상호 지지
미국 제재·압박 직면 '동병상련'…한반도 주변 신냉전 현실화 우려도



(모스크바 베이징=연합뉴스) 유철종 조준형 특파원 =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이 예사롭지 않다. 단순히 사이가 좋은 어감인 '밀월'보다 '밀착'이 더 적확한 표현일 정도로 군사·외교·경제 면에서 긴밀한 공조를 하고 있다.
긴밀한 협력의 키워드는 반미와 반서방이다.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과 견제에 직면한 중국과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강도 높은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서로 핵보유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상대국을 최고의 우군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자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중국이 도전장을 던진 것으로 보고 중국을 다각도로 압박하고 있다. 신장(新疆)·홍콩·티베트 인권 문제를 거론하고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해역에 군함을 보내는 '항해의 자유'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미국은 크림 병합과 미 대선 개입 및 미 기관 해킹 의혹, 러시아 반정부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시도,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건설 등 다양한 이슈와 관련해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 같은 미국의 강경책을 '미국 우월주의'에 기초한 '일방주의적 불법 행동'이라고 비난하며 공동 대응하고 있다.


◇육해상 군사훈련 '동맹 수준' 격상…훈련서 무기·지휘시스템 공유
우선 군사면에서 중러 양국은 동맹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해상연합-2021 훈련을 실시한데 이어 23일까지 일본 열도를 한바퀴 도는 합동 순항을 한 것은 국제사회에 양국간 군사협력의 수준을 알리며 작지 않은 충격파를 던졌다.
앞서 중러는 지난 8월 9∼13일 중국 닝샤(寧夏) 회족자치구의 칭퉁샤(靑銅峽) 합동전술훈련기지에서 총 1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합동 군사훈련 '서부연합-2021 연습'을 실시하기도 했다. 훈련은 양측 합동훈련 사상 처음으로 주요 무기를 공동 사용한 점, 부대를 혼합편성해 지휘정보시스템을 공동으로 사용한 점, 데이터를 공유하며 작전 규칙을 통일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양국 합동훈련과 격이 달랐다.
중국으로선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 아래 남중국해 항해의 자유 작전을 계속하고, 일본과 호주 등 태평양 동맹국들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자국의 제해권을 견제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은 대미 억지력 강화에 보탬이 된다.
관영매체 환구시보에 글을 올리는 평론가 부이다오(輔壹刀·필명)는 25일 "올해 들어 미국은 호주와 일본 등을 끌어 들여 서태평양에서 빈번하게 연합 훈련을 했다"며 "중러의 군사협력 강화는 미국의 전략적 압박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반응"이라고 썼다.
또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중국으로선 대미 군비경쟁의 주무대인 태평양에 집중하기 위해, 자국 영토 북쪽을 덮고 있는 대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할 전략적 수요가 있다는 분석도 많다.



◇북핵·이란핵·아프간 문제 등 외교현안서 찰떡 공조
중러 간 외교적 공조도 두드러진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과 이란 핵문제,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을 둘러싼 논쟁에서 서로 상대의 입장을 지지하며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아프간 탈레반 정권에 대한 제재에 반대하는 등 '소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러시아의 지지는 큰 힘이 되고 있다.
또 양국은 유라시아 지역 경제안보 협의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와 신흥개발국 협의체 브릭스(BRICS) 등의 다자협력체를 통해서도 '찰떡 공조'를 과시하고 있다.
◇서방에 판로 막힌 러·전력난 중국, 에너지 교역 중심 경제협력 강화
양국은 경제협력 관계도 지속적으로 강화해 가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 속에 중국과의 경협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교역 상대다. 지난해까지 중러 교역 규모는 3년 연속 1천억 달러(약 115조8천억원)를 넘어섰다.
미국 쪽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달러 결제 시스템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경고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가운데, 양국은 교역에서 위안화와 루블화 등 자국 통화 결제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중국 인민대표대회 보고서에 따르면 중러 교역에서 달러 결제 비중이 2015년 90%에서 지난해 상반기 46%로 떨어진 반면, 위안·루블 결제 비중은 24%로 늘어났다.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도 12%를 넘었다.
러시아가 시베리아 지역의 자국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수출하기 위한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을 2019년에 완공하고 중국에 공급을 시작한 것은 양국 경협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러시아는 연간 380억㎥의 천연가스를 30년 동안 중국에 공급할 예정이다.
세기의 계약'으로 불린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 사업은 가스 판매 시장 다변화를 추구하는 러시아와 전력난 속에 수요가 늘어가는 가스의 안정적 확보를 바라는 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성사됐다.


◇동아시아 '신냉전' 구도 현실화할지 주목
미국발 압박과 제재 앞에서 '동병상련'인 중러의 밀착이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들을 한 축으로 하고, 중러와 북한을 다른 한 축으로 하는 신냉전 구도의 현실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반면 과거 사회주의권 내부에서 갈등하면서 중러 사이에 쌓인 오랜 불신이 있는 만큼 양국간 공조가 장기화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러가 자신들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협력중인 것은 맞는데 중국은 미중 양강의 전략경쟁 구도 아래 러시아를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미중러 삼각구도로 접근하고 있고, 동북아에서의 양국 협력과 관련해 중국은 군사안보에, 러시아는 극동경제개발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또한 과거 중국-소련 간 국경분쟁과 미중 수교과정 등에서 형성된 양국의 전략적 불신은 향후 중러 협력 과정에서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jyou@yna.co.kr,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