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목표…"화석연료는 계속 사용"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호주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소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내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
27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26일(현지시간)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 0'(넷제로)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변국의 수개월에 걸친 압박 끝에 호주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를 목전에 두고 이같은 방안을 내놓았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일단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호주의 발표에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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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리슨 총리가 발표한 방안은 주요 20개국(G20) 국가의 탄소 제로 계획 중 가장 빈약한 내용이라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다른 나라들은 2030년을 목표로 탄소 배출 감축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데 호주는 그보다 훨씬 늦은 2050년을 기준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CNN은 "호주의 기존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미국의 절반 수준이며 EU와 영국 등의 목표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해 주변국들이 수개월에 걸쳐 목표치를 올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호주는 끝내 무시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호주는 이와 같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제도화하기 위한 입법 계획도 없고, 자국의 철광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많은 국가가 COP26 회의 전 이미 넷제로 계획 추진에 들어갔고 10여개 국은 이를 추진하기 위한 입법도 진행 중이지만 호주는 입법 계획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모리슨 총리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경제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기후변화의 위험에 대응하는 호주만의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언론에 보낸 기고에서는 "우리는 호주를 이해하지 못하는 국가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BBC는 "호주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는 화석 연료 사용을 중단하는 내용은 빠져 있고, 단기적으로 보면 가스 사용은 더 늘릴 계획"이라며 "호주는 오랫동안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인 모습만 보여 왔다"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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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모리슨 총리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05년에 비해 탄소 배출을 26~28% 줄인다는 6년 전 토니 애벗 전 총리가 설정한 목표치와 같다"라며 "이에 비해 영국과 미국, EU 등은 호주보다 최소 두배 빨리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호주 정부의 `맹탕' 방안에 대해선 자국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호주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후 자문위원회는 정부의 계획에 대해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없는, 장난 같은 발표"라고 비난했다.
그동안 호주가 산불과 홍수, 가뭄 등 기후변화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봤음에도 기후변화에 미온적이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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