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정당 일제히 반대표…"의회가 사회적 진보 못따라가" 비판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논란이 된 성 소수자(LGBTQ) 혐오 반대 법안이 두 번째 의회 표결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상원은 27일(현지시간) 반대 154대 찬성 131로 이 법안을 부결했다.
입법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혀온 우파 정당들이 단일 대오를 형성해 일제히 반대표를 던지며 승부가 기울었다.
표결은 비밀 투표 형식으로 치러져 개별 의원들의 찬반 입장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이 법안은 게이나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등의 성 소수자 및 장애인을 차별하거나 폭력을 선동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작년 11월 논란 끝에 가까스로 하원을 통과한 뒤 상원에서도 진보-보수 정당 간 입장차가 뚜렷해 진통을 겪었다.
반대 진영의 논리는 이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을뿐더러 일선 학교 등에서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정보나 인식이 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교황청도 지난 6월 외교 채널을 통해 해당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이탈리아 정부에 항의의 뜻을 전달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가 종교 국가가 아닌, 세속국가라는 점을 강조하며 "의회는 어떤 법이든 자유롭게 논의하고 통과시킬 수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알레산드로 찬 민주당(PD) 하원의원은 법안이 상원에서 부결된 직후 트위터를 통해 "문명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길 원했던 정치적 협정이 배신당했다"며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민주당과 함께 법안 찬성 당론을 정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M5S) 당수 주세페 콘테 전 총리도 의회가 이탈리아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세계 가톨릭의 총본산인 교황청을 품은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톨릭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적 사회로 분류되나 이번 법안에 대해서는 찬성률이 60%를 웃도는 등 우호적인 여론 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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