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양성평등연구소 보고서 발표
봉쇄조치로 가정폭력도 다소 증가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유럽에서 성평등이 답보 상태라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팬데믹 기간 돌봄 등 가사업무가 대체로 여성에게 집중되면서 남성보다 타격이 컸다는 분석이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산하 유럽양성평등연구소는 이날 2021년 유럽 양성평등지수 지수가 100점 만점에 평균 68점이라고 발표했다.
연구소는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0.6점 올랐고 2010년 이후 4.9점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코로나19 탓에 미미한 진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양성평등지수란 2013년부터 연구소가 각종 지표로 EU의 양성평등 정도를 평가하는 자체 시스템에 따라 도출하는 지수다.
구체적으로는 건강·권력·노동·수입·시간·지식 등 6개 핵심 분야와 폭력 등에서 양성평등이 진전된 정도를 측정한다.
연구소는 점수가 대부분 2019년에서 나온 자료를 바탕으로 도출돼 코로나19가 양성평등에 미치는 영향이 온전히 반영되지는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팬데믹이 핵심 분야에서 여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2010년에서 2019년 역내 양성평등은 대체로 '권력' 부분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 기업 이사회와 정계 내 성 균형이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다른 분야에서는 여전히 크게 뒤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코로나19는 가사·여가 활동 참여를 나타내는 '시간' 부분에서 미치는 영향이 컸다.
여성이 팬데믹 기간에 학교 폐쇄로 아이를 돌보거나 고령 가족을 부양하면서 무보수 노동에 더 시간을 쏟은 점이 고려됐다.
팬데믹으로 특히 타격이 컸던 분야는 '노동'이었다. 정규직 고용을 비롯해 특히 아이를 돌보는 무급노동과 관련해 양성 간극이 두드러졌다.
팬데믹은 노동시장 내 양성 불평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을 뿐 아니라 시장에 진입하는 고용기회에서조차 여성이 남성보다 악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연구소는 노동시장 내 성차별과 불균형한 돌봄 업무 분담으로 인해 이 같은 경향은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이는 성 역할과 고정관념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나아가 여성의 경제적 독립과 역량 강화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폭력'과 관련해서는 데이터 부족으로 정확한 비교는 어렵다고 전하면서도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 조치로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일정 부분 함께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또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지원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소는 특히 고령·장애·이주 등 여성 내에서도 더 취약한 그룹은 더 큰 가정폭력 위험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지금 이대로라면 역내 양성평등을 달성하는 데 거의 3세대에 걸친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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