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폭력 대부분 탈레반 짓"…무기 소지 못한 상인도 타깃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언론인과 상인에 대한 폭행과 납치가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AP통신 등 외신과 현지 톨로뉴스 등을 종합하면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지난 8월 이후 두 달간 언론인 폭행과 상인 납치 수가 70건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프간기자조합(ANJU)에 따르면 이 기간 언론인에 대한 폭행과 위협은 30여 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40% 이상은 물리적 폭행이었고 40%는 언어폭력과 위협이었다. 나머지는 사례는 구금 등이었다. 이와 관련해 사망한 언론인은 1명이었다.
마소로 루트피 ANJU 회장은 가해자를 알 수 없는 3건 등을 제외한 나머지 폭행과 위협 대부분은 탈레반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밝혔다.
앞서 국제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지난달 초 카불에서 여성들의 인권 시위를 취재하다 탈레반에 의해 구금된 뒤 풀려난 언론인이 최소 14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소셜미디어(SNS)에는 탈레반 대원에게 폭행당해 등에 큰 멍이 생긴 남성 기자들의 사진이 퍼지기도 했다.
탈레반은 아프간 장악 직후 독립적인 언론 활동을 허용한다고 말했지만,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인 셈이다.
오히려 탈레반은 지난달 새 언론 규정을 발표, 미디어 통제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규정은 관료에 의해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나 대중의 태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는 보도하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후 지난 21일에는 카불에서 여성 시위대를 취재하던 언론인들이 탈레반 대원이 휘두른 총 개머리판에 맞는 등 폭행당하기도 했다.
24일에도 톨로뉴스 소속 프리랜서 기자가 토르캄 국경 검문소를 취재하다가 국경수비대로부터 폭행당했다. 국경수비대는 이 기자의 카메라와 물품까지 강에 버렸다.
이와 관련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AP통신에 "언론인에 대한 폭력을 인지하고 있다며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돈을 뺏으려는 이들로부터 납치 타깃이 됐다.
칸 잔 알로코자이 아프간 상공회의소 부소장은 톨로뉴스에 지난 두 달 동안 상인을 대상으로 40여건의 납치가 발생했다며 "이 가운데 많은 이들은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살인과 납치가 발생하는 것은 탈레반이 상인을 무장 해제시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탈레반은 집권 직후 민간인이 보유한 무기 상당수를 압수한 상태다.
아프간은 탈레반 집권으로 긴 내전이 끝났지만 이후 가뭄, 물가 폭등, 실업난 등이 겹치면서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완화할 국가 재원도 바닥을 드러낸 상태에서 해외 원조가 끊어졌고 미국 등에 예치된 아프간 중앙은행의 외화마저 동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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