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규제 조정 후 각 상임위서 처리…주무 부처 놓고 1년간 혼선
(세종=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주도권 싸움을 벌여온 온라인 플랫폼 규제 관련 법안(온플법)의 처리 방향이 내주(11.1∼5) 정리될 전망이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내주 국회에서 비공개 당정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 규제 관련 법안의 처리 방향을 논의한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된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서 심사 중인 방통위 안(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 발의)을 각각 통과시키되, 각 법안에서 중복 규제 우려가 있는 조항을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각 법안에서 규제가 겹치는 부분이 있으니, 중복 규제를 피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법안 2개를 각 상임위에서 처리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에 대한 일반적인 규제는 공정위가 하고, 방송·통신 영역처럼 특수성이 필요한 부분의 경우 방통위가 맡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현재 국회에는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제대로 규율하기 위한 새로운 법체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아래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면서 네이버, 카카오[035720] 등 플랫폼 기업이 '문어발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고, 이들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과다한 판매수수료 부과 등 불공정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부처가 서로 플랫폼 기업 규제를 관할할 주체가 돼야 한다고 나서며 법안은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공정위가 지난 1월 제출한 법안은 플랫폼 기업이 입점 업체에 중개거래 계약 기간, 변경 및 해지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 플랫폼 중개거래계약서를 교부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매출액 100억원 또는 중개거래액 1천억원 이상 업체가 규제 대상이다.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보복 조치행위 금지 규정 등을 위반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 규정도 담겼다.
그보다 앞서 발의된 전혜숙 의원의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보호법' 제정안의 경우 방통위를 주무 부처로 하고 플랫폼과 입점업체는 물론 소비자와의 관계도 규율했다. 법 적용 대상을 일반적인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로 구분해 의무를 차등 부과한 것이 특징이다.
플랫폼 규제 관할을 놓고 양 기관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당정은 여러 차례 교통정리에 나섰지만, 상임위 간 대리전으로 번지며 온플법 논의는 계속 표류했다.
급기야 지난 21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는 경제정책 총괄 부서인 기획재정부로 불똥이 튀었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온플법은 정부 내에서도 조율하려고 했는데, 정말 어려웠다"며 "국회에서 (법안) 두 개를 합해서 한 개의 법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공정위는 온플법은 180만 영세 플랫폼 입점업체를 위한 민생법안이라며 조속한 입법 필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 27일 "시간이 지연되면 영세 상공인들의 어려움과 실망감이 클 것"이라며 "최근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입점업체의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기 때문에 조속히 입법될 것 같다"고 말했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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