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구매력평가 기준 1인당 GDP, 영국·프랑스·일본과 비슷"
OECD 가입 25주년 맞은 한국…'받는 국가에서 주는 국가'로 성장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보면 한국이 영국, 프랑스, 일본과 비슷하게 높습니다. 이런 나라들을 우리가 따라잡는다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이제는 그게 현실이 됐습니다."
1996년 한국이 '선진국 클럽' 또는 '부자 클럽'이라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25년이 지난 오늘날 경제 지표를 들여다보면 이루 말할 수 없이 놀랍다고 고형권 주OECD 한국대표부 대사는 이같이 밝혔다.
한국의 OECD 가입 25주년을 맞아 지난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OECD 본부와 한국문화원에서 세미나가 잇달아 열리는 와중에 틈틈이 만난 고 대사는 "오늘날 한국의 경제 지표는 과거엔 꿈속에서나 가능했던 수치였다"고 말했다.
고 대사가 꼽은 가장 인상적인 수치는 나라마다 다른 물가나 환율 수준을 반영해 실제 국민의 구매력을 측정하는 지표인 PPP를 기준으로 따져본 1인당 GDP다. 1995년만 해도 한국의 PPP 기준 1인당 GDP는 1만3천498달러였으나 2020년에는 4만3천319달러로 뛰어올랐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한국의 위상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PPP 기준 OECD 회원국별 1인당 명목 GDP는 2020년 영국이 4만4천929달러, 프랑스가 4만6천422달러로 한국보다 조금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탈리아는 4만1천492달러로 한국 뒤에 있다.
일본의 경우 가장 최신 자료인 2019년 기준 PPP 기준 1인당 GDP는 4만2천939달러였다. 같은 해 한국은 4만2천728달러를 기록하며 일본과 211달러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고 대사는 "경제적인 측면을 보면 한국은 선진국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며 "고등교육 이수율, 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 정보통신 인프라,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와 같이 한국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도 모두 좋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짧은 기간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 드리워진 그늘도 짙었다.
바로 극심한 격차다. 한국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이가 크다는 건 이제 상식과도 같다.
한국은 남녀 간 임금 격차,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도 OECD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고 고 대사는 안타까워했다.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할 때도 한국이 결코 선두에 있는 나라는 아니라고 전했다.
고 대사는 "OECD 통계를 보면 우리가 어디쯤 와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 경제 규모 측면에서는 한국이 상당히 잘해왔지만, 격차가 심하다"며 "경제가 성장하면 그 혜택을 모두가 같이 누려야 하는데 골고루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년 반동안 OECD에서 한국을 대표해온 고 대사는 "한국이 확실히 '포용'에 있어서는 더 많이 뒤처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한국이 이 부분에서는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대사는 한국이 OECD에 가입할 때만 해도 선진국들로부터 뭐라도 배워서 따라가 보겠다는 "한낱 배우는 나라"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OECD 안에서 상당히 큰 역할을 하는 국가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최근 3년 사이 OECD 최고 의사결정 회의인 각료이사회(MCM) 부의장국을 한국이 두 번 맡은 점, OECD가 세계 각국에 권고하는 인공지능(AI) 원칙을 한국 주도로 마련한 점 등이 이를 보여준다고 고 대사는 부연했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