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S-400 미사일 도입·터키 인권문제 등 이견 표출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최근 무기 도입과 외교관 추방 위협 등으로 갈등을 겪은 미국과 터키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했다.
AP·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중 별도 회담을 하고 1시간가량 양국 간 갈등 상황 등을 논의했다.
미국 백악관은 회담 후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건설적인 관계 강화와 협력 분야의 확대, 양국 간 이견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바람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터키가 약 2년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임무를 수행해 준 것에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터키 대통령실은 성명에서 "양국 정상은 매우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회담했다"며 "양국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공동 기구를 설치하자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나토 동맹국인 양국의 협력을 강화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했으나, 최근 갈등 요인이 된 터키의 인권 문제와 러시아제 미사일 도입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드러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러시아제 S-400 미사일 도입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으며, 인권 존중과 민주주의, 법치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터키는 지난 2019년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도입했다.
애초 터키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 미국제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을 구매할 계획이었으나, 오바마 정부는 터키의 과도한 기술 이전 요구를 이유로 판매를 거부했다.
그러자 터키는 2017년 러시아제 S-400 미사일 도입을 결정했으며, 2019년 실제로 S-400 미사일을 자국 내 반입했다.
이에 미국은 터키에 판매하기로 한 F-35 전투기 100대의 수출을 금지했다.
S-400 미사일은 F-35와 같은 스텔스 전투기를 포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은 터키가 F-35와 S-400을 동시에 운용할 경우 S-400에 연동된 네트워크를 통해 F-35의 기밀 정보가 러시아에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터키는 이달 초 미국에 기존 F-16 전투기의 개량과 추가 구매 의사를 밝혔으나, S-400 도입 문제로 불거진 양국 간 갈등을 고려할 때 이마저도 미 의회의 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국은 최근 터키의 반정부 인사인 오스만 카발라의 석방 문제를 두고도 갈등을 빚었다.
미국 등 서방 10개국의 터키 주재 대사들은 지난 18일 공동성명을 내고 수감 중인 카발라의 석방을 요구했다.
카발라는 2013년 터키 전역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2017년 구속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고 2020년에 풀려났다.
그러나 터키 검찰은 그가 풀려난 지 몇 시간 만에 2016년 쿠데타 시도에 연루됐다며 다시 체포해 현재 수감 중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0개국 대사들이 카발라의 석방을 요구하자 지난 23일 이들의 추방을 지시했다가 25일 이를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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