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정치적 입지 강화…'새로운 자본주의' 탄력받을 듯
'절대안정다수'까지 확보 땐 강경파 안보정책도 힘 받을 가능성
개헌세력 3분의 2 이상 유지…견해차로 논의 급물살은 난망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4년 만에 실시된 중의원 총선에서 선전했다.
지난 4일 취임한 기시다 총리로서는 첫 시험대를 통과하며 국정 운영에 힘을 받게 됐다.
또 아베 신조(安倍晋三),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 기시다 내각까지 9년 가까이 이어진 '자민당 1강' 정치 체제는 여전히 건재함을 드러냈다.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31일 실시된 중의원 총선거에서 단독 과반 의석(233석 이상)을 확보한 것은 물론 상임위원회에서 정부 제출 법안의 부결을 막을 수 있는 '안정 다수' 의석(244석)까지 넘겼다고 NHK와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이번 총선은 지역구(소선거구) 289석, 비례대표 176석 등 중의원 465석을 새로 뽑는다.
공영방송 NHK는 중간 집계 결과, 미확정 의석이 13석인 가운데 자민당이 258석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이끈 앞선 세 차례의 총선에서 거둔 '절대 안정 다수' 의석(261석)도 가능한 상황이다. 절대 안정 다수는 모든 상임위에서 위원 과반을 점하는 데 필요한 최소 의석수다.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31석)과 합하면 자민·공명당 연립 여당이 289석을 확보해놓은 상황이다.
자민당이 직전(276석)보다 최대 18석을 잃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럼에도 자민당은 이번 총선의 승패 기준으로 꼽히던 단독 과반 확보을 넘어 단독 '안정 다수'까지 획득해 예상보다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 운동 기간만 해도 자민당 단독 과반이 불확실해 보인다는 예측이 나왔으나 뚜껑을 열자 결과는 달랐다.
지역구의 약 40%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던 접전지에서 자민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주요 야당 세력은 정권 교체를 표방하며 지역구 약 70%에서 후보 단일화를 통한 세력 결집에 나섰지만 정권 교체에 실패했다. 입헌민주당(직전 110석)은 오히려 의석수를 잃었다.
이와 달리 우익 성향의 야당 일본유신회는 의석수를 기존(11석)의 4배 가까이로 늘리며 약진했다. 공명당을 제치고 제3당으로 부상했다.
이번 총선은 자민당의 '선거의 얼굴'로 나선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입지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당 4역과 새 내각에서 총재 선거 당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아베와 아소 다로 전 부총리 측 인사를 중용하며 자신의 색깔을 억제해온 기시다 총리로선 당내 기반 확대에 적지 않은 도움을 얻게 됐다.
총선에서 자민당 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 자칫 단명 총리로 끝나는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이번 선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 격차 해소를 중심으로 한 경제 대책,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를 둘러싼 외교·안보 문제 등이 쟁점이 된 이번 선거였다.
기시다 총리가 간판 정책으로 내건 '새로운 자본주의'도 탄력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자본주의의 핵심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다. 대담한 금융완화 정책, 기동적인 재정정책, 성장 전략 등 아베노믹스의 3대 축을 유지하되 양극화 심화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민당이 당내 강경파가 추진하는 안보 강화 정책도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아베 전 총리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 자민당 내 강경파는 총선 공약으로 방위비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증액과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등을 제시했다.
공명당이 자민당 강경파의 안보 강화 정책에 부정적인데 자민당이 절대 안정 다수 의석까지 확보하면 공명당의 협조 없이도 관련 법안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자민·공명당과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이른바 '헌법 개정 세력'의 전체 의석은 개헌안 발의 가능 의석인 3분의 2(310석) 이상을 유지했다.
그러나 공명당은 개헌 논의에 소극적이고 일본유신회는 교육 무상화와 헌법재판소 설치 등을 개헌안으로 제시하고 있어 헌법 9조에 자위대 근거 조항 등을 추가하려는 자민당과 온도 차가 있다.
따라서 이번 총선 이후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55.93%(추정치)로 4년 전인 2017년 10월에 실시된 직전 총선(53.68%) 대비 2%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ho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