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상 격렬한 신체활동, 루게릭병 위험↑"

입력 2021-11-01 10:16  

"직업상 격렬한 신체활동, 루게릭병 위험↑"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운동신경 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치명적인 질환인 루게릭병(ALS: 근 위축성 측삭경화증)은 신체적으로 격렬한 작업을 요구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발병률이 높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울름(Ulm)대학 의대의 앙겔라 로젠봄 신경재활의학 전문의 연구팀이 최근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393명과 이들과 성별과 연령대를 매치시킨 건강한 사람 79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업적인 신체 작업량과 여가 시간 신체 활동량에 관한 설문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의학 뉴스 포털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30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신체 활동량의 강도를 대사 당량(MET: metabolic equivalent)으로 환산했다. 대사 당량은 에너지 소모를 정량화(quantify)하는 방법 중 하나다.
연구팀은 스포츠나 격렬한 신체활동 같은 땀을 유발하는 활동은 시간 당 MET 8점, 걷기운동, 사이클링 같은 가벼운 신체 활동엔 MET 3점으로 계산해 주당 MET 점수를 산출했다.
전체적으로 철강 노동자, 석공, 농부 등 격렬한 신체적 활동을 요구하는 직종에 종사한 사람은 루게릭병 발병률이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격렬한 신체활동이 필요한 직종에 종사한 사람은 루게릭병 환자가 22%, 루게릭병이 없는 사람은 13%였다.
연령, 성별, 흡연 등 다른 변수들을 고려했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 이유는 직업상 반복되는 신체활동, 아니면 직업상 화학물질 또는 공기오염 물질 노출 같은 다른 원인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직업상 신체 활동량이 가벼운 사람은 루게릭병 발병률이 높지 않았다.
직업상 신체 활동량이 많은 것이 아니고 여가 시간에 하는 걷기나 사이클링 운동량이 많은 것은 루게릭병 위험 증가와 연관이 없었다.
루게릭병 환자의 생존 기간은 이 연구 시작 당시 신체활동이 전혀 없었던 환자가 평균 15.4개월, 주당 신체 활동량이 MET 25점(매주 걷기운동이나 사이클링을 5시간 계속한 경우에 상당)에 해당하는 환자가 19.3개월로 가장 짧았다.
주당 MET 점수가 11점(매주 걷기 운동이나 사이클링 2시간에 상당)인 환자는 생존 기간이 29.8개월로 가장 길었다.
이 연구가 시작되기 전 최장 5년 사이의 총 신체 활동량은 루게릭병 환자나 아닌 사람 모두 루게릭병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엔 루게릭병 환자나 대조군 모두 주당 MET 평균 점수가 17~18점이었다.
그러나 루게릭병 환자는 진단 전 5년 사이에 신체 활동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루게릭병 신호는 진단 여러 해 전부터 나타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루게릭병은 운동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퇴행성 변화로 점차 소실되면서 근력 약화와 근육 위축으로 언어장애, 사지 무력, 체중감소 등의 증세가 나타나다가 결국 호흡 기능 마비로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루게릭병 환자의 평균 수명은 2~5년.
루게릭병이란 명칭은 1930년대 미국의 유명 야구선수 "루" 게릭(Henry Louis "Lou" Gehrig)이 38세의 젊은 나이로 이 병에 걸려 사망하자 그를 기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신경학회 학술지 '신경학'(Neur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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