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동맹중심 공급망' vs 시진핑 '다자주의'로 방어

입력 2021-11-01 14:44   수정 2021-11-0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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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동맹중심 공급망' vs 시진핑 '다자주의'로 방어
G20서 글로벌 공급망 둘러싼 미중 경쟁 구도 재확인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10월 30∼31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세계 무역 질서를 둘러싼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 중심으로 '공급망 정상회의'를 개최했고, 시 주석은 지금의 중국을 있게 한 세계무역기구(WTO)의 핵심적 역할을 강조하는 등 '다자주의' 논리로 맞섰다.
바이든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하며 대 중국 공세에 나섰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작년 초 이래 해외 순방을 중단한 시 주석은 영상 연설을 통해 미국의 공세를 방어하는 양상이었다.
◇美, 동맹국 불러 공급망 대책회의 통해 중국 견제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를 계기 삼아 한국, 독일, 호주, 인도, 캐나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동맹 내지 우방국들을 여럿 포함시킨 '공급망 대책회의'를 개최한 것은 중국 견제의 색채가 농후했다.
회의의 목적 자체는 세계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국제 공급망을 원활하게 한다는 것이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서 중국 견제의 의중이 읽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발언에서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공급망이 강제 노동과 아동 노동으로부터 자유롭고, 노동자의 존엄성과 목소리를 지원하고, 우리의 기후목표에 부합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지속 가능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중국 신장(新疆)에서 강제노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중국의 탄소 배출 감축과 관련한 추가 의무 이행을 촉구해온 미국 행보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됐다.
또 "하나의 소스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의 공급망은 다각적이어야 한다"고 한 것은 중국에 대한 의존 탈피를 은근히 촉구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었다.
결국 이번 회의는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을 지지함으로써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길을 텄던 미국이 미중 전략 경쟁 속에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공급망을 구상하고 있음을 알린 상징적인 이벤트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 현실적으로 모든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반도체, 배터리 등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서 결정적인 분야에서 중국과 구분된 별도의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것이 미국의 구상인 것으로 여러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시진핑 'WTO 핵심' 거론하며 다자주의 논리로 방어…'일대일로' 강조 주목
반면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에 영상으로 참가해 "인위적으로 소그룹을 만들거나 이념으로 선을 긋는 것은 간격을 만들고 장애를 늘릴 뿐이며 과학기술 혁신에 백해무익하다"며 동맹국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새 공급망 구축 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시 주석은 또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무역체제를 유지하고 개방형 세계경제를 건설하며 개발도상국의 권리와 발전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분쟁 해결 메커니즘의 정상 작동을 되도록 빨리 회복해서 산업체인과 공급체인의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체인과 공급체인의 회복력과 안정성에 관한 국제 포럼을 개최할 것을 제안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공동 건설을 위한 협력을 희망했다.
시 주석의 이런 발언은 미국의 중국 견제 행보에 정치는 유엔, 경제는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를 강조함으로써 우군을 확보하려는 의중을 재차 드러낸 것으로 풀이됐다.
그와 더불어 시 주석이 역점을 들여 추진해온 일대일로에 동참하고 있는 나라들을 규합해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 맞선 중국 주도의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자국 주도 공급망에 한국 붙들어 두려는 미중 신경전 가열 전망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둘러싼 미중의 대치선이 선명해지면서 반도체 강국인 한국을 자국 중심의 공급망에 붙들어 두려는 미중의 신경전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전문가인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일 "세계적인 공급체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과 같은 중소강국은 다채널의 공급망을 확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한쪽에 참여하려는 것이 다른 쪽에 대한 유사한 노력에 해가 된다기보다는 '레버리지'(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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