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3주 앞 여론조사 선두…좌파 보리치와 12월 결선 대결 유력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칠레 대통령 선거를 3주 앞두고 극우 후보가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여론조사 선두를 굳히고 있다.
칠레 여론조사기관 카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선 후보들 가운데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칠레공화당 후보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5)가 24%의 지지율로 선두를 차지했다.
2위는 좌파 후보 가브리엘 보리치(35)로 19%였다.
일주일 전 조사보다 카스트의 지지율은 1%포인트 높아지고, 보리치는 1%포인트를 잃어 1, 2위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어 중도좌파연합의 야스나 프로보스테와 중도우파연합의 세바스티안 시첼이 각각 11%, 8% 지지율로 뒤를 이었다.
같은 날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악티바의 조사에선 카스트가 22.2%, 보리치가 17.4%로 역시 5%포인트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오는 21일 치러지는 칠레 대선에선 과반을 득표하는 후보가 없으면 12월 19일 1, 2위 후보가 다시 한번 맞붙는다.
현재로서는 이변이 없는 한 카스트와 보리치의 결선 대결이 유력해졌다.
카스트의 막판 부상은 이번 칠레 대선의 최대 반전으로 꼽힌다.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변호사 출신의 카스트는 '칠레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정치인이다.
2017년 무소속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는데 당시 7.9%를 득표해 4위에 그쳤다.
이듬해 칠레공화당을 창당하고 이번에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9명의 자녀를 둔 카스트는 낙태, 동성결혼 등 사회 이슈에서 매우 보수적인 입장이며, 특히 이민 문제에서 폐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불법 이민 차단을 위해 국경에 물리적인 경계를 쳐야 한다며,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장벽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도랑을 파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군부 독재자인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살아있었다면 자신을 뽑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피노체트에 동조해 왔다.
피노체트 군부 정권 시절이던 1973∼1990년 칠레에선 반체제 인사 등 수천 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바 있다.
카스트의 부상이 예상 밖 반전인 이유는 지난 2019년 대규모 시위 사태 등을 겪으며 칠레에서 피노체트 잔재와 보수 정권 등에 대한 반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시 시위대는 군부 정권 하에서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제정된 현행 헌법이 사회 불평등의 뿌리가 됐다며 새 헌법 제정을 주장했고, 이것이 국민투표로도 이어져 현재 제헌의회가 새 헌법 초안을 만들고 있다.
변화를 향한 칠레 국민의 열망은 좌파와 무소속이 선전한 지난 5월 제헌의회 선거에서도 확인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 학생 지도자 출신의 보리치가 유력한 대권 후보로 떠올랐는데, 카스트가 막판에 치고 올라오며 대선판을 뒤흔든 것이다.
여기엔 중도우파 후보 시첼이 연금 중도인출 논란 등으로 고전하며 보수 표가 카스트에 몰린 데다 최근 베네수엘라, 아이티 이민자 등을 둘러싼 칠레 내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결선 투표에서도 카스트의 우세가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지난달 중순 카뎀과 악티바의 조사에선 보리치가 카스트와의 양자대결에서 10∼20%포인트가량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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