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개헌 항목 놓고 이견…기시다 총리도 신중한 자세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지난달 31일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로 헌법 개정 세력이 차지한 의석수는 늘었지만, 결집력은 오히려 약해졌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3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261석)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32석), 우익 성향 야당인 일본유신회(41석), 제3야당인 국민민주당(11석) 등 헌법 개정에 긍정적인 이른바 '개헌 세력'은 중의원 전체 465석 중 75.7%인 352석을 차지했다.
지난달 19일 중의원 선거 공시 전 무소속을 포함한 개헌 세력은 338석이었는데, 일본유신회가 총선에서 약진하면서 14석 늘었다.
일본에서 헌법 개정안은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발의된다.
중의원에선 헌법 개정 세력이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310석) 이상 의석을 유지한 것은 물론 4분의 3까지 도달한 셈이다.
그러나 개헌 세력 내에서 구체적인 개정 항목을 놓고 견해차가 있어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집권 자민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때부터 헌법 9조에 자위대 근거 조항을 추가하고 긴급사태 조항 등도 신설하는 방향으로 개헌을 추진해왔다.
연립 정권의 파트너인 공명당도 필요하면 헌법에 새로운 규정을 추가한다는 입장이나 자민당에 주장하는 자위대 및 긴급사태 조항 추가에는 소극적이다.
일본유신회는 이번 총선에서 교육 무상화와 헌법재판소 설치 등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개헌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일본유신회 측은 연합뉴스에 "(교전권을 포기하고 전력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 개정보다 교육 무상화를 헌법에 반영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자민당 내 온건파인 고치카이(宏池會·일명 기시다파)의 수장인 기시다 총리도 개헌에는 다소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일 집권 자민당의 총선 승리 후 기자회견에서 헌법 개정에 대해 "국회에서 더 구체적으로 논의를 깊게 해 찬성하는 분을 늘려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아울러 국민의 이해와 협력도 빠뜨릴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 긍정적인 방향으로 국민의 이해를 넓힐 여지가 많다고 느끼기 때문에 국회와 국민 이해 양쪽을 병행해서 진행해 (개헌)요건을 충족하고 결과로 이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개헌을 서둘러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의 이런 발언을 전하면서 "신중한 지금의 정권 아래에서 개헌 세력의 결집이 약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첫 시험대인 이번 총선을 무사히 통과한 기시다 총리에겐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라는 두 번째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공명당과 함께 과반 의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정당 사이에 간극이 있는 개헌을 쟁점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아사히는 전망이다.
반면 일본유신회는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를 겨냥해 개헌을 쟁점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유신회 대표인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郞) 오사카 시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내년 참의원 선거 때까지 개헌안을 마련해 참의원 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사히는 "개헌안 발의를 위해서는 참의원에서도 3분의 2 의석이 필요하지만, 자민·공명당에 유신회를 더해도 조금 부족하다"며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세력이) 3분의 2에 도달할지와 개헌 자세를 강화한 유신회의 기세가 계속될지가 앞으로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취재보조: 무라타 사키코 통신원)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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