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발행 그린본드, 펀드에서 매입거부 사례도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채권 시장에서 녹색 바람이 거세게 부는 가운데 기업의 '친환경 이미지 세탁'에 이용되는 이른바 '그린워싱' 채권에 대한 기피 현상도 강해지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후채권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세계 녹색채권(그린본드) 발행 규모는 2015년 500억달러(약 59조390억원)에서 최근 2천500억달러(약 259조1천750억원)로 급증했다.
녹색채권은 기후변화 대응이나 친환경 사업에 사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을 말한다.
녹색채권 발행 회사로서는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고객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높일 수 있고, 투자은행(IB)들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 녹색채권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저널은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IB들의 올해 녹색채권 발행 수수료 수입은 21억7천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12억5천만달러의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자산운용사들은 또한 고객의 수요에 맞춰 녹색채권 사재기에 나서고 있어 녹색채권의 금리는 평균적으로 전통적인 채권보다 낮다고 저널은 전했다.
그러면서 그린워싱에 대한 자산운용사들의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한 채권펀드 매니저가 JP모건이 발행한 녹색채권 매입을 거부한 사례를 들었다.
해당 채권 자체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원칙을 준수하고 있으나, JP모건 자체가 화석연료 산업에 여전히 많은 대출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저널은 이같이 발행 회사의 친환경 사업 실적이 의심스럽거나 발행 회사가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녹색채권을 투자자들이 기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미주 ESG 자본시장 책임자인 스티븐 니콜스는 "투자자들이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의 사용이 발행자의 전반적인 지속가능성 전략과 어떻게 일치하는지에 점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행 대금의 일부를 기업의 일상 업무에도 투자하거나 이전 친환경 사업의 채무를 차환하는 데 쓰는 녹색채권도 비(非)선호 대상이 되고 있다.
예컨대 전력회사는 종종 재생에너지 사업뿐 아니라 전력망 현대화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려고 녹색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저널은 미국과 유럽의 규제 당국이 이런 그린워싱 징후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pseudoj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