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 상실했지만 게릴라전 등으로 투쟁 지속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지난 8월 '반(反) 탈레반' 기치를 들고 조직된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이 탈레반 과도정부 출범 후에도 항복을 거부한 채 게릴라전 등으로 끈질긴 투쟁을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NRF는 지난달 27일 자체 홍보 계정을 통해 탈레반 등 국제테러리즘에 맞선 저항군의 활동 영역이 북부 발크주로 넓어졌다며 복면 차림으로 총을 든 대원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중부 파르완주에서 활동을 시작한 대원 모습도 공개했다.
NRF는 지난 9월 초 거점이었던 북동부 판지시르주가 탈레반에 의해 장악되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었지만, 항복을 거부한 채 산과 계곡으로 숨어 들어갔다.
이후 지도부 상당수가 해외로 몸을 피한 속에서도 NRF는 게릴라전과 온라인 홍보를 무기로 꾸준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알리 나자리 NRF 대변인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NRF에 가담하는 국민이 계속 늘어나는 등 전황은 나아지고 있다"며 "북부의 많은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록 홍보 영상 속에 등장한 대원 수가 많지 않고 그나마 최근에는 NRF와 탈레반 간의 전투 소식마저 뜸해졌지만, NRF는 탈레반에 여전히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아프간의 '국부'로 불리던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 전 정부 제1부통령 출신 암룰라 살레 등 반탈레반을 상징하는 인물들이 NRF에 포진하고 있어 무게감이 남다른 조직이기 때문이다.
경제난으로 인한 민심 이반, 내분 등으로 인해 탈레반 체제에 균열이 생길 경우 NRF가 빠르게 세력 확대 계기를 마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NRF가 가진 저항 정신의 뿌리는 과거 탈레반 1차 집권기(1996∼2001년)와 1980년대 소련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흐마드 샤 마수드는 입구가 깊고 좁은 협곡으로 된 판지시르의 지형을 이용해 소련과 탈레반에 맞섰다.
아프간전의 발단이 된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한 직후엔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판지시르로 들어와 반탈레반 세력 연합인 북부동맹의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판지시르는 소련은 물론 20년 전 탈레반에도 한 번도 점령되지 않았다. 북부동맹 등을 규합해 그런 저항을 이끈 아흐마드 샤 마수드에게는 '판지시르의 사자'라는 별명도 붙었다.
하지만 NRF는 과거와 달리 북쪽 국경까지 보급선을 이을 만한 지역을 확보하지 못했고 국제사회의 지원도 얻지 못하면서 탈레반에 밀리고 말았다.
특히 탈레반이 미군과 아프간군이 버린 무기들을 획득하면서 무장 조직 수준을 넘어 '군대' 수준으로 세력이 강해진 점도 저항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8천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던 NRF 대원 수도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NRF 측은 낙담하지 않고 탈레반 정부가 머지않아 무너질 것으로 기대하며 투쟁 의지를 가다듬는 모습이다.
나자리는 연합뉴스에 "탈레반은 앞으로 1년이면 무너질 것"이라며 "파벌, 군벌 등 탈레반 내부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