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예상 밖 동결…통화정책위원 9명 중 2명 금리인상 손들어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일단 동결했다.
영란은행은 4일(현지시간) 통화정책위원회(MPC)에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1%로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에선 이날 금리가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많이 나왔지만, 영란은행은 고용지표를 좀 더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통화정책위원 9명 중 7명은 동결의견이었고 2명은 0.15%포인트 인상에 표를 던졌다.
금융시장에서는 최근 가파른 물가상승에 주목해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영국의 물가상승률은 9월에 3.1%를 기록하는 등 이미 영란은행 목표치(2.0%)를 크게 웃돌았다. 영란은행은 오름세가 더 이어져서 내년 4월에는 약 5%에 이르렀다가 이후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다수의 위원은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완화를 위해 운영한 고용유지 지원 제도가 9월 말 종료되고 난 후의 일자리 상황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금융시장에선 영란은행이 최근 금리인상 기대감을 높여두고는 다른 결정을 내렸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영란은행은 다만 경제 지표가 예상대로 나온다면 몇 달 안에 금리를 올려야 할 수 있다며 긴축 신호를 살려놨다.
물가상승률을 낮추려면 통화정책을 약간(modest) 조이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영란은행 기준금리 전망은 코로나19 봉쇄가 풀리고 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하면서 급격히 변화했다. 두 달 전만 해도 연내 금리인상은 생각하기 어려웠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날 동결 결정에도 불구하고 영란은행의 긴축 행보가 미국, 유럽보다 빠를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 등은 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전날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작을 선언했지만, 기준금리 조기 인상에는 선을 그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28일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가까운 장래에 금리를 올릴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영란은행은 2018년 8월 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올렸다가 지난해 3월 코로나19 충격에 두 차례에 걸쳐 0.1%로 인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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