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싱크탱크 보고서…화석연료 퇴출정책 막으려 로비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미국 석유기업 엑손모빌, 셰브런, 일본 자동차 업체 토요타가 기후변화 대응의 주축 훼방꾼으로 지목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싱크탱크 인플루언스맵(InfluenceMap)의 보고서를 인용해 4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세계 유명 기업과 로비 조직 500여 곳으로부터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기업들이 각국 정부로 하여금 기후 변화 대응과 관련해 "매우 위험한 길"로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엑손모빌, 셰브런, 토요타를 차례로 훼방꾼 1∼3위로 분석했다.
엑손모빌, 셰브런은 미국 정부의 청정에너지 정책에 강하게 저항하고, 토요타는 화석연료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단계적 퇴출 시한에 반대한다는 점이 그 근거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또 많은 화석연료 기업이 석탄을 퇴출하고 가스를 옹호하는 로비를 벌이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대표적인 기업으로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호주 에너지 회사 OMV, 러시아 국영 가즈프롬을 들고 이들을 각각 훼방꾼 9위, 10위, 17위에 올렸다.
인플루언스맵의 에드 콜린스 이사는 각국 정부가 "화석연료 이권으로 똘똘 뭉친 조직들의 방해 공작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한 청정에너지로 전환은 매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기후변화 대응책의 발목을 잡는 방법은 이미 과학적 논거를 부정하는 것을 넘어 매우 파괴적인 수준으로 발전했다"며 "기업들은 직접 정부의 규제를 무력화할 뿐 아니라 매우 다양하고 고차원적인 화술을 동원해 정부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에 대해 엑손모빌 대변인은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며 "엑손모빌은 기후변화 대응책에 대해 선별적으로 찬성도 하고 반대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에 대한 이견을 마치 기후변화 문제를 왜곡 선전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셰브런과 토요타는 논평을 거부했다.
인플루언스맵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 맞춰 이날 보고서를 발표했다.
앞서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는 의회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우즈는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석유 사용이 기후 위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자체 연구 결과를 은폐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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